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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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에 등단한 소녀 작가 안현서. 그녀의 두 번째 소설 '민모션 증후군을 가진 남자'는 그녀가 18세에 집필한 작품이다. 다양한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녀는 이번 소설의 표지를 자신이 그렸다고 한다. 자신에게 표지의 여인은 아픈 사람이고,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이 책을 인상 깊게 읽었기 때문에 작가의 나이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앞으로의 작품활동이 정말 기대된다.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어서 그럴거예요. 저도 한때 그랬거든요. 모든 것에 불확실한 태도로 적당히. 애매모호하게. 그게 편하니까요. 그런데 오히려 그게 독이더라구요. - p. 16


  민모션 증후군을 가진 남자. '민모션 증후군'이란 '울고 싶은데도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증후군'. 이는 마음이 많이 슬퍼 울고 싶을때 소리 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거나 손으로 입을 막는 행동으로 자신의 울음소리를 내비치지 않으려는 심리 상태의 현상이라고 한다. 한 남자가 있다. 사랑받지 못 하고 자라나 누구에게 사랑을 쉽게 주지도 못하고 그 자신 또한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 서윤. 그는 홀린 듯한 감정으로 어느날 자신의 사비를 털어 전시회를 열게 된다. 하지만 화려하고 기교있는 그림일 뿐 그림에 감정이 없다는 평이 대부분. 모두가 혹평을 일삼는다.


나 같은 사람이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어도 괜찮을까. - p. 57 


  마음에 생채기만 쌓여가던 나날. 그러던 어느날 유안이 나타난다. 자신의 그림에 감동을 받았다는 그녀. 그녀는 그의 상태를 정확히 짚어내었고, 텅빈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준 유안은 서윤의 뮤즈가 된다. 자신의 사진을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자신의 뮤즈. 그런 그녀를 위해 그는 그녀를 좀 더 알아가고 싶어했고, 가까워질수록 그의 작품들은 이름지어짐으로써 생명을 갖게 된다. 점점 서윤은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되고 그녀를 더욱 사랑하고 의지하게 된다.


아무리 가해자를 미워해봤자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슬픔은 덜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더 쉬운 선택지를 골랐다. 차라리 가슴 깊이 좋아했던 누군가를 원망하는 편이 내가 덜 아파도 되는 길이었다. 아꼈던 누군가를 미워하다보면 그 존재를 향한 사랑도 무뎌질 것이고, 그러면 내가 그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사실도 언젠가 잊힐 것이다. - p. 58 


  세상이 불운하다고 생각했던 서윤. 상처 입고싶지 않아 도망만 친 서윤. 유안은 그런 그를 알아챘고 알려줬다. 그러나 유안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알려준 후 그는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그를 구원한 여인은 마냥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그 과거를 딛고 일어난 그녀가 그에게 살아갈 의지를 줬다. 그 점에 또 한 번 매료되지만 유안은 그런 그를 떠난다.


  그리고 작품은 '환생'이라는 장치를 이용한다. 장르소설에서 많이 접한 '환생'코드는 주로 지나간 자신의 전생을 후회하고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장치로써 많이 이용되지만, 이 소설에서는 '용서'를 이야기한다.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 관계의 끊어짐을 많이 겪은 서윤은 사랑하는 일에 많이 주저하고 용기를 내지 못 하지만 환생을 경험함으로써 달라지게 된다. 그는 많이 괴롭고 힘든 증오의 시간을 겪지만 그로 인해 '용서'를 하게 되고, 주변의 제 2의 서윤을 발견하고 그 인물이 자신과 같이 허무만 남게 되지 않도록 돕기도 하며 그로 인해 자신을 성장시켜나간다.


  결국 소설은 용서와 화해,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담고 있다. 마치 재난을 당한 것 같이 아무 잘못 없이 배신을 당한 사람과 그 사람이 겪게 되는 증오, 분노, 살의와 같은 감정들. 그리고 새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로 인한 변화. 그리고 또한 그 사람들을 변화시켜 나가는 자신. 그리고 자신이 삶을 다시 살게 된 참된 의미. 미워하는 것이 힘든 일이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용서를 한다는 말. 그렇기에 용서와 화해라는 말은 결국 나 자신의 치유와 성장이라는 말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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