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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평점 :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오지만 그것을 어떻게 느끼느냐는 다른 문제다. 이 책은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한 의사에 관한 에세이다. 이제 곧 전문의가 될 레지던트였던 폴 칼라니티.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도 있고, 다음 년도에 전문의가 되게 되면 수입의 여섯 배가 늘어난다며 즐거운 미래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나 그는 자신의 병을 알게 된다. 폐암 말기.
진단은 명확했다. (중략) 하지만 이번 검사 결과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지녔다. 그 사진은 내 것이었다. - p. 17
병에 대한 이야기를 서두에 내보이고 나서는 그의 인생 전반에 대한 전개가 이어진다. 그의 병에 관련해 죽음에 관한 고뇌와 그의 절망, 희망과 극복 그리고 삶의 의지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의 절반 정도는 그가 살아온 환경과 인생관에 관한 이야기였다. 의사였던 그의 아버지. 그의 아버지를 보고 의사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일. 그가 순간순간마다 충분한 고민을 가지고 결정했던 선택들.
최고가 되는 일이란 아주 쉬운 일이란다. 최고인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보다 1점만 더 받으면 돼. - p. 39
아버지는 지역사회에서는 존경받았으나 집안에서는 얼굴도 잘 볼 수 없는 바쁜 의사였다. 의사가 되면 잃을 수 있는 가정의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 그는 의사가 될 마음이 없었다. 폴은 어머니의 교육열로 인해 많은 책을 보았고, 그 중 몇몇 작품은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문학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도덕철학의 기초를 쌓기도 한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인 애버게일에게서 저속하다고 일컬어지는 책을 추천받았고, 그 일을 계기로 생물학과 신경과학 강의를 듣게 된다.
나는 무언가를 성취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에 더 끌리는 편이었다. - p. 50
우리는 두뇌 덕분에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삶을 의미있게 만든다. 그러나 때때로 두뇌는 망가져버린다. - p. 59
그는 문학에 관해 깊이 탐구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길과는 다른 방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는 신경과학 강의로 인해 한 시설을 방문하게 되고, 많은 고민 끝에 의과대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한다. 대학원을 다니며 그는 삶과 죽음의 관계와 의미에 관해 더 이해하게 되었고, 환자들을 대면하며 의학과 도덕성에 대한 갈래에서 아파하기도 하고 고뇌하기도 한다. 그는 그렇게 의학에 매진하며 생물학과 도덕, 삶과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 연결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환자는 의사에게 떠밀려 지옥을 경험하지만, 정작 그렇게 조치한 의사는 그 지옥을 거의 알지 못한다. - p. 127
그는 병에 걸리고, 자신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의사와 환자에 관해 생각한다. 그는 환자를을 많이 만나고, 그들에게 많은 말을 했지만 실제로는 병에 관해, 혹은 죽음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느낀다. 그런 깨달음을 가지고 그는 수술 후 병세가 호전되자 다시 레지던트 과정에 복귀한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재발을 알게 된다.
그렇게 삶과 죽음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해 왔던 그는 죽음과 마주하며 자신은 계속 나아갈 수 없지만, 그래도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부인과 레지던트 후반에 잠시 좋지 않았던 때도 있었으나 그의 부인과 상의 끝에 건강할 때 자신의 정자를 채취하여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는 죽기 8개월 전 딸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불치병에 대한 자세로 그는 서로 깊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완벽함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당신이 끊임없이 다가가고자 하는 완벽함의 점근선은 믿을 수 있다. - p. 266
서른 여섯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마딱뜨리게 된 유망한 의사. 삶의 마지막 순간. 삶을 영리하게 살아오며 지식을 탐구하고 선택의 순간마다 충분한 고민을 하고 삶의 가치와 도덕 철학에 대해 연구하던 재능있는 그는 자신의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맞이하여 노력하는 그는 죽는 순간까지 삶을 놓지 않고 인생에 대한 또 다른 가치를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