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셰익스피어
안치운.호영송 지음 / 책세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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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같은 아름다운 때가 한국 연극계에 다시 오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 특별한 때는 잘 기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p. 14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읽고, 영문학적 관점에서 쓰여진 글들을 보고, 또 무대에 올려진 이야기들을 보고 있지만 한국 연극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셰익스피어를 다룬 극들에 마음을 빼앗긴 요즘, 동국대 연영과에 입학해 이해랑 선생에게 배웠다는 작가 호영송, 중앙대 예술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호서대 예술학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라는 연극평론가 안치운 두 사람이 집필한 우리들의 셰익스피어를 접하게 되었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에 맞추어 쓰인 이 책은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인 1964년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은 철학의 언어로 치장되고 논리적인 발전을 따라 나아가지만, 그 핵심은 바로 '존재being'와 '없음nothingness'이다. 셰익스피어는 바로 그 존재론을 무심코 극장에 와서 그저 좀 재미난 궁정 극을 보려는 관객들에게 기대 이상의 주제와 놀라움을 던져준다. 이는 좋은 의미의 당혹스러움이며 놀라움이다. 연극의 참 본질이 관객의 잠자던 머리를 깨워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p. 49 


1964년에는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 기념 페스티벌이 있었다는데 그 당시에는 한국의 경제가 많이 침체되어 있었고, 연극계는 극장다운 극장도 제대로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서울에 공연장 다운 공연장 두 군데 뿐이었고, 호영송 작가는 그래서 86석의 객석을 보유한 전용 소극장이 동국대학교 연극학과 전용 소극장이라 자랑이었다고. 현재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이해랑 예술극장에 들러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한 여름 밤의 꿈 등에 대한 대사를 보고 듣고 있기에 묘한 감상이 들었다.



셰익스피어는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옆에 지금 살아있다. 그는 강렬한 고전이다. 이데올로기와 피부의 색깔을 넘어서는 매혹적인 무엇을 본질적으로 갖고 있다. - p. 90 


영구성이 보장되는 작품이란 없음에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이런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점은 단순하면서도 큰 보편성을 얻고 있는 점이라고 하는 호영송 작가. 셰익스피어의 시대에는 극작가라는 직업이 인기 직종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극작에 정진했고, 평판을 얻고, 연극을 좋아하는 왕을 만나 다작을 한 행운아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신앙, 비극과 희극 작품에 대한 견해, 한국 연극의 방향성 제시 등 다양한 관점에서 본인의 가치관과 일화 등을 곁들여 14편의 에세이로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한국 연극의 셰익스피어 수용과 관련한 연대기 연구다. 일제강점기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국내에서 이루어진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과 연극 공연을 시간 순으로 다루었으며, 관련 문헌들을 기초자료로 삼았다. - p. 191 


1부의 에세이 14편이 끝난 후 셰익스피어의 초상화 등 몇 가지 시각 자료를 수록한 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연극평론가 안치운의 연구를 보여주고 있는 우리들의 셰익스피어.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한국 연극은 셰익스피어 수용을 하게 되는데, 그 당시 셰익스피어가 불리던 다양한 이름과 점유하던 계층, 당대 비극적 상황과 셰익스피어의 문학성과의 결부, 수용 태도와 방식 등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한국 연극에서 지금까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공연하고 있는 이유는 희곡 언어, 배우의 소리 언어의 유려함에 있다. - p. 278 


그 이후로도 변화하는 사회 상황에 따라 우세한 극들이 달라지는 점도 재미있었고, 저항정신과 교육운동의 영향으로 공연된 셰익스피어의 20편 극 중 13편이 학생극이었다는 한국전쟁 전, 해방 이후 더욱 전문적이고 분석적인 면모를 갖훈 해방 이후, 다양한 접근과 적극적 연출작업이 이루어지던 1960-70년대, 정치극으로 수용되던 1980년대, 기존의 형태에서 변형을 시도하고 해체적 관점이 구체적으로 작업이 되던 1990년대까지 변화하는 사회 상황에 따라 수용 태도도 재미있고 우세한 극이 달라지는 점도 재미있었던 연극평론가 안치운의 한국 연극의 셰익스피어 수용. 1부와 2부 모두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안치운, 호영송 두 사람의 우리들의 셰익스피어. 그의 작품을 넘어서 다양한 관점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 이 작품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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