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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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눈을 감으면 손에 든 라이플이 보인다. 작은 손과 통통한 손가락. 열한 살의 나. 이 라이플은 특별할 게 없다. 다른 레밍턴 총과 똑같아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 라이플로 나는 어머니를 죽였다. - p. 9



첫 문장부터 흥미로워 단숨에 빠져들어 보게 된 카렌 디온느의 소설 사악한 자매. 자기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한 레이첼 커닝햄은 스스로를 벌주기 위해서 15년간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 사회 덕분에 자신의 죄를 스스로 밝히고자 하는 레이첼은 기자가 요청한 인터뷰를 수락하게 되는데요. 충격적인 기억 때문인지 사건 당시 일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레이첼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맙니다.



사람의 목숨을 직접 끊은 사람은 무너져 버린다. 아주 극미한 부분으로 조각조각 부서져 그 누구도 다시는 짜 맞출 수 없게 된다. - p. 10



한편 카렌 디온느의 소설 사악한 자매에서는 지금, 레이첼의 시점과 그 때, 레이첼의 엄마인 제니의 시점이 교차되어 서술이 되는데요. 제니는 이미 죽었으므로 당연히 현재와 과거 시점의 교차입니다. 이로 인해 점차 이 가족이 어떤 문제점을 떠안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게 되는데 그게 바로 딸의 이상행동이었던 것이죠. 레이첼에게는 두 명의 딸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명의 딸은 상냥하고 다정하지만, 다른 한 명의 딸은 잔혹하고, 심지어 그 사실에 대해 죄책감조차 가지지 않습니다. 보통의 사회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 제니는 고립된 숲으로 이사를 하고 가족끼리 살며 딸에게 감정을 학습시키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죠.



나는 라이플을 들고 어머니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

검시관은 딸이 라이플을 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나는 살인자인가, 아닌가. 알아낼 방법은 하나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곳으로, 가장 행복하고도 가장 끔찍한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으로. - p. 42



레이첼이 집으로 돌아가 있던 과거의 기억을 천천히 되살리는 동시에 제니는 과거에 어떠한 잔혹한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그 노력이 얼마나 실패했는지에 대해 서술해줍니다. 소설 사악한 자매는 교차서술형식이기에 레이첼의 이야기는 제니의 이야기의 복선이 되고, 또 제니의 이야기는 레이첼이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의 구멍을 메꾸죠. 레이첼은 서서히 자신이 진범이 맞나 의심하게 되고, 드디어 사건이 일어난 현장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집으로.


언니의 가장 중점적인 질문은 과학자들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품고 있는 '어째서일까'가 아니라 그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어 훨씬 진부하기까지 한 '어떻게 될까?' 였다. - p. 315


집에는 레이첼의 언니 다이애나와 친척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그 현장을 돌아보게 되며 서서히 되찾아가는 기억. 그 때의 진실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잔혹했는데요. 생각지도 못한 사건순서가 반전이 되어 흥미롭더라구요. 가족 구성원 중에 사이코패스가 있다면 얼마나 삶이 힘들어지는지, 행동교정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되던 카렌 디온느의 사악한 자매. 초반 흡입력이 어마무시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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