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도
조동신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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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마을을 떠나던 날, 웃음을 잃어버린 여자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아버지가 빠진 둑길이 있는 방향을 한동안 노려봤다. 그리고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 pp. 13-14


바다에 있는 아귀도라는 섬에 고립되어 일어나는 클로저드 서클 속 연쇄살인. 살인마와 괴물이 함께 등장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라니. 여름이라는 계절에도 딱 알맞고 제 취향에도 딱 들어맞지 뭐예요. 그냥 무작위 살인도 아니고 각자가 연결되어 있는 듯 보이는 찜찜한 관계 속 명석하게 추리를 하는 학생도 한 명! 어떻게 보면 혼종 속의 혼종이나 다름 없는데 기대가 되는 혼종(?)이라 많이 궁금해지던 조동신의 소설 아귀도.




문승진은 문주란호를 보며 생각했다. 아버지도 분명 이렇게 생긴 낚싯배를 타고 저 앞바다 어딘가로 가서 사라져 버린 것이라고. 그곳이 어딘지 몰라도, 그곳이 지옥의 입구인지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구멍인지 몰라도 그곳을 내 두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다고. - p. 43


15년 전 괴 생명체에 의해 아빠를 잃은 소녀가 한 명 나오고 시점이 바뀌어 지금. 아귀도 근처에서는 수상한 실종사건이 많이 일어납니다. 한 두명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 배 자체가 실종되는 일이 두 번이나 벌어지다보니 사건을 아는 사람은 아귀도 자체를 꺼려하게 되는데요. 이 배 실종사건 중 피해자의 아들 문승진이 실마리를 찾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는거죠. 거기서 만난 고생물학과을 전공한 후배 민희주와 함께 아버지의 죽음에 뭔가 연관되어 보이는 낚시모임에 참석하게 됩니다. 괴상한 닉네임들을 내세운 어딘가 수상한 사람들.




이름만 아귀도인 줄 알았더니 정말 아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북쪽은 표면이 깔끔하고 경사가 완만한데 남쪽은 최근에 잘려 나간 것처럼 가파르게 되어 있어서 바위덩어리처럼 보였다. 절벽 밑에는 암초가 많아서 마치 아귀가 입을 벌린 모습 같았다. 암초들의 형상이 아귀의 이빨을 연상시켰다. - p. 55


아니나 다를까 실종된 아버지와의 관계가 속속들이 드러나게 되는 사람들. 이 낚시모임에 참여한 동기마저 수상쩍은데요. 대화를 할 때마다 딱 봐도 우연이 아니라 악연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클로저드 서클 환경이 마련이 되는데요. 실종된 배처럼 이번에 문승진이 탑승한 배에도 문제가 발생하는거죠. 같은 현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배에 더이상 있을 수 없어 헤엄쳐 피신해 도착한 곳이 바로 아귀도 였던 것입니다. 아주 불길하고 굉장히 흥미롭죠.




하지만 제가 봤을 때 그동안 이 섬에서 발생하 살인 사건과 여러분의 아이디에는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바로 '대멸종'이죠. - p. 235


수상한 생물체와 마주쳐 심각해지기도 하는 한편,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정말 전형적이게도 고립된 아귀도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야 마는데요. 처음에는 명확한 살인이었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죽음은 석연찮은 면이 있어 등장인물들의 혼란을 초래합니다. 두려워 혼자 있기를 바라다가 죽어간 사람으로부터 사건의 실마리를 얻게되고, 그로 인해 점차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 지는데요. 두려워해야하는 존재가 살인자만이 아닌 괴물까지 있어 고려해야할 점이 많아 흥미로웠어요.




비밀 봉투에는 죽은 치어가 한 마리 있었다. 크기는 팔뚝만했지만 심해어를 포함한 몇 종의 물고기가 혼합된 듯한 기괴한 생김새가 혐오감을 주었다. 특히 뾰족하고 촘촘한 이빨들과 험악한 인상이 지옥에서 온 물고기 같은 인상을 주었다. - pp. 266-267


과연 아귀도에 남아 살인자에게 죽을 것이냐,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괴물이 있는 바다로 나아갈 것이냐. 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가 아니라, 도대체 왜 누가 우릴 죽이려고 하는 것이냐, 목적이 무엇이고 왜 이런 방식을 채택했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상황에 몰린 사람들 같지 않게 침착해 이것 또한 신선했는데요. 촘촘한 심리 스릴러보다 지겹지 않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조동신의 아귀도. 비오는 날 보면 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축축한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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