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지음, 문승준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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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한 채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다 쓸 무렵에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평온해질까? 네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 p. 9


러브레터로 아주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 감독. 이번에도 첫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소설 라스트 레터는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이번 이야기는 책으로 먼저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24년 전의 추억으로 첫사랑을 기억하고 있는 소설가 오토사카 교시로가 첫사랑의 죽음을 알게된 후 자신의 시점에서 첫사랑의 죽음과 그 일을 알게된 경위, 밝혀지는 진실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로부터 24년. 모든 건 오랜 옛날의 일이다. 서로 꿈을 꾸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고 당시의 일도 이제는 그리운 추억일 뿐이다.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상심 또한 오래전에 치유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네가 건 마법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따. 너를 만난다면 과연 너는 네가 나에게 건 이 마법을 풀어줄까? 아니다.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24년 만에 너를 만남으로써 내 스스로 결판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너를 만나서 아직 꺼지지 않은 내 꿈의 불씨를 끄자. 소설가를 그만두자.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 p. 33


모든 것은 동창회로부터 시작됩니다. 유명인사가 된 동창이 동창회를 주최하면서 오토사카 교시로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첫사랑 미사키를 떠올리게 됩니다. 동창회야 나가도 안나가도 그만이지만 미사키를 만나게 되면 자신의 한 부분에 매듭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가기로 결심하게 되는거죠. 중학생 시절에는 인기있는 축구부 주전이었던 터라 현재의 보잘것 없는 자신과 셀프비교하며 자조하던 찰나 자신을 미사키라고 소개하는 타인을 마주하게 됩니다. 고작 중학교 3년 중 1년을 공유했던 터라 남들은 다들 깜빡 속아넘어가지만 미사키와 깊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교시로만이 알아보는거죠. 이 사람은 미사키가 아니라는 것을.




대학 시절 너와 둘이서 흠뻑 젖어 돌아왔던 밤이 생각났다.

너를 만나고 싶어.

널 만날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 p. 209


도대체 왜 이 사람은 미사키를 사칭하는 걸까? 이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게 되면 미사키의 근황을 알 수 있게 될까? 하는 호기심에 교시로 또한 장단을 맞춰주게 됩니다. 교시로가 자신을 미사키로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된 그 사람은 연락처를 교환하고 몇 번 연락을 주고받죠. 그런데 하필이면 교시로가 미사키에게 미사키를 생각하는 마음을 보낸 것이 해프닝으로 번지게 된 모양입니다. 그 사람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교시로는 편지를 받게 됩니다. 주소를 알 수 없으니 일방적인 편지를 받게 되며 그 사람의 일상을 알게 되는 교시로는 미사키의 근황이 궁금한 나머지 결국 미사키의 주소를 알아내 편지를 하게 되는데.. 그 사람이 편지를 보낼 때마다 말미에 잊어줘. 이게 마지막 편지야. 이런 식으로 적어서 라스트 레터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사키에게 편지를 보냈을 때는 이래서 소설 라스트 레터인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문장으로 다듬는 작업을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너는 완성된 문장을 내 앞에서 읽어 보았다. 나는 그 한마디 한마디를 전부 기억한다. 너의 목소리는 지금도 내 귓가에 남아 있다. - p. 229 


그렇게 교시로가 보여주는 자신의 기억, 그리고 연결된 상황을 따라가다보면 상황이 재미있게 꼬이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진실이 밝혀져 재미있었던 이와이 슌지의 소설 라스트 레터. 제목의 의미는 마사키의 유서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 여러모로 궁리해보게 되네요. 중학교 축구스타,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창작에 몰두하는 작가 등 제가 초반에 연상했던 교시로의 이미지가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박살나는 것도 흥미롭고 좋았습니다.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먹먹하거나 여운이 남는다기보다 이런 전개의 결말이 바로 이 소설 라스트 레터가 아닌가 싶어 재미있었고 영화로 보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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