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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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니와 내가 만나는 일은 없었다. 언니는 나와 만나기 전에 멀리 날아가버렸다. - p. 9


누구나 꼭 거쳐가는 인생의 마지막 관문. 하지만 기쁘게 맞이하기 어려운 단계라 그렇게도 이별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인과 이별한 나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꽤 관심이 있어 관련 책도 여럿 읽어보곤 했었는데요. 최근 나가쓰키 아마네의 머지않아 이별합니다 라는 책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당사자가 아닌 주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죽음과 죽음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흥미로웠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나에겐 한 가지 능력이 있다. 기(氣)에 민감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 성가실 만큼 전해지거나 상대의 온몸에 깃들어 있는 생각을 느낀다. 살아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영감(靈感)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p. 28


이 이야기는 반도회관이라는 장례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담담하게 그들의 시선에서 각각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의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나가쓰키 아마네의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에서는 한가지 특별한 장치를 준비합니다. 주인공인 스미즈 미소라도 그렇고 함께 일하게 된 직원들도 죽은 사람의 기척이나 감정을 느낄 수 있는겁니다. 실제로 볼 수 있는 사람도 있구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 해도 인간에게는 반드시 끝이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면면히 이어지는 슬픔의 감정은 시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간의 그런 근본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바로 반도회관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마지막 시간. 그 시간에 관여하는 게 나에겐 매우 숭고한 일처럼 여겨졌다. - p. 97


아무래도 죽은 사람의 유가족들만을 담지 않고 그들의 스토리와 이별을 맞이하는 방법을 각각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아닌가 싶었는데 좀 판타지 적인 장치가 등장하자 과몰입해서 슬픔에 잠기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며 보게 될 수도 있고 여러모로 저한테는 좋더라구요. 요즘은 너무 슬픈 건 보고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각각의 죽음에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 점을 유가족 뿐 아니라 죽은자에게서도 힌트를 얻어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결국 받아들이게 하는 직원들의 노력도 굉장히 좋게 보였습니다.




여기는 결코 희망이 없는 곳이 아닙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고 힘든 상황에 놓인 유족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들이 바로 저희들이죠. 저희는 그런 유족들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그 슬픔에 매듭을 지어줌으로써 그들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유족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 슬픔에 빠지기도 하지만요. - p. 201 


이야기는 크게 3가지로 나뉘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합하면 5장으로 볼 수 있는데요. 프롤로그에서는 주인공 미소라와 주인공의 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이별을 겪은 주인공에 대해 알 수 있고 1장에서는 반도회관이라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공간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에 대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특별한 죽음을 주로 보내주는 우루시바라 라는 직원이 나오죠. 처음 만나 같이 추모식을 준비하고 미소라의 특별한 능력에 대해 인지한 우루시바라는 2장에서 자신을 도와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사람을 보내는 일을 하는 사이에 깨달은 게 있다. 죽음은 특별한 게 아니라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도 반드시 찾아온다는 걸.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손가락 사이를 스윽 빠져나간다는 걸. - pp. 296-297


그렇게 취업준비를 하다가 다시 돌아가게 된 장례식장 반도회관에서 보람을 느끼고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게 되는 미소라. 죽음이라는 한 단계를 준비해주며 본인 자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성장소설이 아닌가 싶었는데요. 프롤로그에 언급된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더라구요. 죽음을 준비하다가 죽음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며 스스로도 이별을 준비하는.. 여러모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던 나가쓰키 아마네의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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