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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클래스메이트 1학기 + 2학기 - 전2권
모리 에토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0년 6월
평점 :
교실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늘어났다. 날마다 교실이 치즈루가 좋아하는 빛깔로 바뀌어 갔다. 햇볕 가득 내리쬐는 양달 같은 친구들의 빛깔. - 1학기 p. 14
모리 에토의 연작소설 클래스메이트 1학기, 2학기의 주인공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입학한 중학교에서 처음 만난 열 두명의 소녀와 열 두명의 소년 모두예요. 이렇게 총 24명의 학생이 1학년 A반의 구성원입니다. 새 학기의 두려움과 설렘을 한껏 안고 새로운 나를 찾고 싶어하는 치즈루부터 시작해 바톤을 이어가듯 각각의 클래스메이트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아이들의 이름과 시간이 각 장이 되어 이야기는 순서대로 이어져가며 클래스메이트 사이의 연결고리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 각각의 고민이나 상황, 관심사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처음에는 살짝. 그리고 소리가 하나. 또 하나 늘어나면서 멜로디가 차츰 부풀어 올랐다. 부풀어 오르고, 또 부풀어 올랐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연주하는 악기 소리가 겹치며 그 음색을 더욱 깊게 만들고 서로 북돋아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갔다. 파도가 밀려 나가는 백사장에서 발아래 모래가 스르륵 움직이듯 치즈루의 마음이 그 소리로 끌려들어 갔다. - 1학기 pp. 22-23
24명의 아이들에게는 각자 나름의 고민이 있습니다. 중학교 첫 학급에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빨리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한다던지, 여태까지와 다른 나를 위해 특별한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던지, 인기를 얻고 싶다던지, 외모를 가꾸고 싶어 한다던지, 이성관계나 친구관계에 고민이 있다던지, 집안문제를 밝히고 싶지 않다던지, 학교에 나가고 싶지 않다던지.. 정말 다양한 사연이 있죠. 이 고민은 각자의 사연이지만 점차 변화해 가는 과정에 다른 클래스메이트가 개입해 완전히 독립적이지도 않아 연이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게 이 장면의 텍스트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개별적으로 연주하는 악기가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고, 그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면에서요.
소타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생각났다. 눈물이 나는 건 분할 때나 슬플 때가 아니라 항상 외로울 때였다. - 1학기 p. 64
끙끙 앓던 고민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가정사라거나 비행청소년이나 등교거부 등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있으니까요. 모리 에토의 클래스메이트는 풋풋한 성장소설이니만큼 아주 나락으로 떨어질 정도의 심각함은 아니어서 이들 나름대로의 연대로 해결하고 성장해나갑니다. 그 와중에 클래스메이트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기도 하고, 좌절이 성장을 이루어내기도 하고, 서먹하거나 잘 몰랐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하죠.
신야와 가호. 두 사람이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히로는 복도에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았다. 후지타 선생님이 깜짝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돌아보는 모습을. 클래스메이트들의 박수 속에 꽃다발과 롤링 페이퍼를 선생님께 드리는 모습을. 후지타 선생님이 스물네 송이 꽃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을. 1년치 햇살을 응축시킨 듯 따스한 공기가 교실을 가득 채워 가는 모습을. - 2학기 p. 265
등교거부 학생이었던 가호가 학교에 올 수 있게 만들어줬던 합창대회나 독특한 내기로 이슈가 된 오래달리기대회 등 학창시절만의 이벤트도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소소한 복선도 다른 장에서 잘 회수해 깔끔하고 좋았던 모리 에토의 연작 소설 클래스메이트 1학기, 2학기. 각자의 시선으로 이어지기에 이 아이가 등장하는 장에서는 알 수 없었던 비밀이나 시각도 다른 장에서 진실을 알 수 있는 등 재미있는 점이 많았던 성장소설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