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공장
엘리자베스 맥닐 지음, 박설영 옮김 / B612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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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손에 넣었다. 그만의 딸기 절임. - p. 28


향수와 미니어처리스트 둘 다 재미있게 읽은 작품인데 이 둘을 읽는 매혹적인 작품이라고 해서 궁금했던 소설 인형공장. 무엇보다 표지가 흥미롭더라구요. 대체 무슨 상징을 담고 있는 것일지.. 특히 여성의 자율권에 대해 다루고 있는 스릴러라고 해서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표지의 유리돔 안에 갇혀있는 여자가 더 눈에 띄었구요. 책소개에 있던 몇 구절을 봤을 때도 딱 제가 좋아할 것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가끔은 이 거울들이 싫어요. 또 하나의 왜곡된 나를 보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땐 물체를 다차원적으로 볼 수 있죠. 그럴 땐 마법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 p. 135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은 여성의 자율권에 대해 다룬다는 것은 그것이 미흡한 시대가 배경일 확률이 높다는 점인데요. 엘리자베스 맥닐의 소설 인형공장 에서도 낮은 여성 인권에 눈살이 찌푸려질 지경입니다. 성의 속박, 직업의 비선택권, 부모의 억압, 주위 환경이 가하는 가스라이팅..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 보기엔 숨막힐 정도입니다. 그 안에서 그나마 평온하게 살아가려면 세상이 원하는 여성상에 맞춰야하는데 불행히도 주인공 아이리스는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것이 있었던거예요. 그게 바로 그림이죠.


아이리스는 살면서 한 번도 선택이라는 사치를 누려보지도, 인생을 바꿀 권리가 있다고 느껴보지도 못했다. 속일 울렁거렸다. 개기름이 번들거리는 짐꾼, 숱하게 먹게 될 역한 스튜, 일하느라 벌겋게 부르튼 손을 떠올린 다음 그녀는 지금의 이 기회를 생각했다. 새로운 삶. 그림. 그리고 루이. - p. 140


하지만 당시 여자가 화가가 되는 건 요원한 일이었죠. 왕립 미술원에서는 여자에게 미술교육을 하지도 않았다고 하니까요. 모든 분야가 그랬든 그림 또한 남성지배적인 분야였고, 그림에서 나타나는 시선 또한 그랬죠. 그래서 소설 인형공장 속 아이리스는 일과시간에는 인형가게 안에서 인형의 얼굴과 손에 색을 칠하는 작업을 했고, 밤에는 몰래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하지만 어릴 적 병을 앓고 난 뒤 뛰어난 외모를 잃고 자신에게 박탈감과 미움을 가지고 있는 쌍둥이 언니 로즈에게 이 사실을 들키게 되며 전개는 급 물살을 타게 됩니다.


아이리스는 벽지 무늬를 손끝으로 따라 그리며 생각했다. 나는 살아 있다... 내 인생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아이리스는 자신의 피가 행복, 사랑, 웃음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난생 처음 죽음이 두려웠다. 언젠가 영혼이 몸을 떠나고, 생기가 사라질 거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서 손을 응시했다. 그림 속 아이리스의 얼굴은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채 그녀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절대 고갈되지 않을 것 같은 기쁨이 그녀를 가득 채웠다.  - p. 203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안정적인 인형가게에서 나와 루이라는 화가의 모델을 하며 그림에 대해 배우게 되는 아이리스. 당시 모델은 창녀와 다름없는 취급을 받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림에 대한 갈망으로 아이리스는 모델의 삶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런 와중 박제품을 만들고, 언젠가 그 물품들로 전시를 하기를 꿈꾸는 수집가 사일런스의 눈에 띄게 되죠. 아이리스의 뒤틀린 쇄골과 분위기에서 혼자 이상적인 아이리스를 상상하고 망상을 키워나가는 와중, 앨빈이라는 소년에게 계획을 엿보이고 점점 사건은 심각해져가는데요. 이러한 스릴러적인 면도 당시의 여자에 대한 시대적 관점을 보여줘서 처절하다는 느낌을 주던 엘리자베스 맥닐의 소설 인형공장. 인형가게에서 나와 첫 발을 내딛었던 아이리스의 설렘과 불안은 지금도 살짝 공감가는 측면이 있기에 앞으로의 아이리스를 응원하고 싶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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