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바로 이런 것이 위대한 열정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 p. 280


미 비포 유로 유명한 조조 모예스의 호스 댄서! 믿고 보는 작가의 영미소설이라 기대가 되었는데요. 방황하는 청소년 사라와 몇 차례의 유산으로 인해 이혼의 위기 앞에 있는 너태샤와 맥이 서로 얽히며 성장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사라에게는 특별한 비밀이 한 가지 있는데요. 이 비밀도 기대되고 이혼을 앞둔 부부의 관계가 사라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도 궁금해지더라구요. 읽다보니 호스 댄서라는 제목을 연상시키는 유연하고 절제된 멋진 장면도 나와서 영화를 읽는 것 같기도 했어요!

 

 


기술적인 문제가 전부가 아니거든요. 말과 나, 두 마음과 두 심장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기도 해요. - p. 288


변호사라는 직업도, 런던의 부유한 거주지와 같이 겉보기에는 순탄한 인생으로만 보이는 너태샤지만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엉망진창이기만 합니다. 몇 차례의 유산으로 인해 남편과의 관계도 원활하지 않고, 이혼을 앞두고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와도 관계가 단단하지 않은 게 주된 이유인데요. 일년 동안 별거하던 남편이 공동명의인 현 거주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집에 살 권리를 내세우면서 일상이 좀 더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런 와중 슈퍼에서 곤경에 처한 사라를 도와주게 되면서 좀 더 이야기는 꼬이고 읽는 우리는 좀 더 재미있게 되는데요. 그저 어린 소녀를 홀로 집에 보내기가 껄끄러워 집에 보내다가 사라의 가정사와 곤경을 알게 되고 그냥 지나쳐버리지 못하게 되어버린거죠.

 

 

 
말을 온당하게 이끌 수만 있다면 말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동작을 수행할 수 있어요. 닫혀 있는 문을 열어서 무한한 능력을 드러내도록 하는 거예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원해서 하게 해야 하죠. 바로 그때 그 말은 최고가 되는 거예요. - p. 289


하루만 재워주고 복지시스템에 맡기면서 자연스레 마무리되는 줄 알았던 이 해프닝은 학교의 수업까지 빼먹으면서도 이유를 말하지 않는 외출시간의 비밀 덕분에 위탁가정에서 몇 번이나 나오게 된 사라가 맥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연락을 하게 되며 복잡하게 흘러가는데요. 위탁가정이 되어주기 위해서는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졸지에 전남편이나 다름없는 맥과 화목한 부부를 연출해야 하는 신세가 된 너태샤도 신경이 곤두서게 되죠. 과연 그 비밀이 무엇이고, 방황하는 사라는 너태샤부부와 새 형태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너태샤부부의 관계는 회복이 될 지, 안 될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되던 조조 모예스의 호스 댄서. 여러 형태의 가족이 늘어나고 있고, 돌봐져야할 수많은 아이들과 만족스럽지 않은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가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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