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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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줍는 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달프다. 프놈펜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곳 사람들은 남들이 내다 버린 것들에서 삶을 일구고자 오늘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늘의 배고픔을 덜기 위해 내일의 희망과 거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이다. - p. 26


두 여성이 서로를 돕고 거기서 의미를 찾는, 이런 소재 참 좋아하거든요. 캠론 라이트의 렌트 콜렉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특별한데요. 쓰레기더미인 스퉁 민체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여자가 그런 사람들에게 집세를 윽박질러가며 받고 살아가는 쓰레기 같은 한 여자에게 글을 배우고, 문학을 배우며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어요.


스퉁 민체이에서도, 아니 스퉁 민체이이기 때문에 더더욱 공감대가 필요했고 서로를 받아들이고 싶어했다. - p. 27


이 달 집세를 마련하기 어렵고, 당일 먹을 식재료가 없어 당일 쓰레기를 주우러 나가기도 하고, 쓰레기차에 속절없이 치여 죽어나가기도 하는 등 하루하루 살아내기 조차 벅찬 스퉁 민체이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좌절하지 않고 웃으며 살아갈 정도로 긍정적이기도 합니다. 그런 스퉁 민체이 사람들에게 '암소'라고 불리며 부정적인 감정으로 대해지는 집세수금원 소피프는 항상 술에 취해 있는 상태인데요. 그런 소피프가 매달 술에 취하지 않는 날은 집세를 걷으러 다니는 날 뿐입니다. 그리고 상 리의 집에 들러 집세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던 어느 날 소피프는 한 책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캠론 라이트의 렌트 콜렉터에서 이게 모든 일의 전환점이 되게 되죠.


제게 글 읽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나요? - p. 58


한 때 문학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던 소피프. 그런 소피프가 왜 스퉁 민체이까지 흘러들어왔을까요? 이제 자신의 인생에 문학은 없다고 생각하고 냉소적으로 삶을 바라보던 소피프에게 상 리는 글 읽는 법과 문학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제안합니다. 자신의 아들에게 글을 가르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무언가와 맞서는 힘을 길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 스퉁 민체이에서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하는 상 리에게 소피프는 스퉁 민체이에서 희망 따위는 없다고 잔혹한 말을 내뱉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가르치고,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내키지 않는듯했던 초기 태도에서 벗어나 점점 더 상 리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어하고, 진실된 태도를 보이게 되죠.


나는 이제 어린 소년에게 자기 이름 쓰는 법을 가르치러 간다. - p. 451


그런 소피아의 변해가는 태도에서 유추할 수 있던 그녀의 과거가 보여지는 대목도 참 극적인데요. 소피아가 이렇게 변해버리는 데 한 몫 했던 그 시대적 배경도 안타까웠습니다. 캠론 라이트의 렌트 콜렉터에서 상 리와 소피아는 글을 읽는 데서 나아가 문학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이 대사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상 리와 고통 속에서 절망에 빠져있던 소피아의 대조적인 모습도 흥미롭고, 그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의미를 갖게 되는 관계성도 눈여겨볼만한데요. 렌트 콜렉터는 문학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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