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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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가 저지른 범행이 아니야. 그 여자는 내 타깃과는 달라. 수법도 다르고. 그 한 건만큼은 난 누명을 쓰고 있어. - p. 36


이 제목 너무 흥미롭지 않나요? 예전에 살육에 이르는 병, 일명 살육병이라는 책을 정말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서술트릭이 대단했던 이 책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표지 분위기도 비슷하고 제목도 비슷한 이 책만은 그냥 넘기지 못하겠더라구요 끙.. 그래서 읽게 된 구시키 리우의 사형에 이르는 병. 작가도 다르고 인물들을 다루는 서술방식도 달라서 그런지 생각했던 바와 같이 살육병의 느낌은 별로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어느 날, 예전에 알았던 연쇄살인범에게 편지가 온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해보는 재미도 있었네요.

 

너무나도 바보 같은 부탁이다. 응해야 할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해보고 싶었다. - pp. 67-68


한 통의 편지로 모든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예전에는 꽤 우수한 학생으로 촉망받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부담감으로 입시에 실패해 사회에 분노를 가지고 있는 가케이 마사야. 하필이면 같은 대학교에 마사야가 잘 나가던 시절 우쭐하며 돌봐줬던 가토 아키라라는 여자아이가 자신을 여전히 그 시절의 인물로 여기고 있으며, 그런데도 현재의 자신보다 그녀가 더 잘 사회에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 자신을 갉아먹죠. 그런 상태에서 현재의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하이무라 야마토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온겁니다. 나머지 살인은 인정하지만, 한 건에 대해서는 자신이 누명을 쓰고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요.


친어머니의 뼈란, 대체 어떤 맛이 났을까. - p. 119


마사야는 처음에는 주저했으나 점차 하이무라에게 빠져듭니다. 하이무라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만, 하이무라의 과거를 알게되며 점차 그에게 동정심을 가지게 되는거죠. 그러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하이무라와 연관된 과거 행적과 인물들에 대해서 조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현실의 자신을 잊고 점차 예전 잘 나가던 자신을 찾아가는 듯 보이죠. 주변사람들도 마사야를 점차 달라졌다고 바라보고, 이런 점은 마사야에게 좀 더 자신감을 주고, 하이무라와 닮아가고싶어하는 마음을 더욱 자극합니다.


그 무렵에는 이미 제가 무엇을 하더라도 슬퍼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족쇄를 벗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범죄자로 돌아왔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 p. 163


책을 하이무라의 심리를 유추하며, 또는 보여주며 실제로 현실에 존재했던 연쇄살인마를 소개해주고 하이무라와의 공통점을 찾아보기도 하는데요. 사형에 이르는 병이란 하이무라의 그 지배욕 뿐만 아니라 하이무라에게 감화되어 점차 그를 닮아가고 싶어하는 마사야의 감각을 일컫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연쇄살인마가 이미 잡혔기 때문에 다른 살인마가 나오지 않는 한 그리 스릴넘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던 초반과 달리 생각보다 스릴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건 이런 마사야의 변화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마지막에 나름 소소하지만 예상외의 반전도 마련되어있어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구시키 리우의 사형에 이르는 병 흥미롭게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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