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건강휴양지에 가는 건 가보지 않은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았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사소한 불편쯤은 참고 견뎌야 한다. - p. 37


꽤 인상적이게 기억하고 있던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을 읽어봤어요. 제목부터 굉장히 호기심이 들었는데요. 같은 지붕 아래 모인 낯선 사람들이 열흘 간 모든 것이 차단된 삶을 산다니 소개문구도 흥미롭잖아요? 스릴러일까? 휴먼드라마? 어떤 장르로 돌입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은 배경이었는데요. 이 차단된 삶을 만드는 건 다름아닌 건강휴양지라고 하는군요. 열흘 간 들어가기 위해 고액을 지불해야 하는! 그렇다면 서로의 불행을 꼭꼭 숨기다가 결국엔 털어놓고 친해지게 되는 드라마 장르가 아닐까 예상을 했는데 굉장히 색다른 전개더라구요.




낯선 사람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낯섦에 있었다.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한 사람의 모든 걸 알아버린다면 그 다음에 할 일은 이혼 준비일 수도 있다. - p. 94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에 나오는 이들은 이 아홉 뿐만이 아니라 건강휴양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까지 하면 꽤 여럿이 등장하는데요. 각자의 시선에 맞춰 장이 달라지고, 첫만남에서는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타인을 볼 수 있었어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편견도 고스란히 들어나고 있어서 오히려 다른 사람을 보는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어 흥미로웠죠. 시작하는 장이나 마찬가지다보니 각자의 고통은 오히려 스스로도 생각하지 않으려는 듯 서술되지 않아 알 수가 없어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유들이 더 궁금해졌구요.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게 뭐든 하지 마세요. 그게 내가 해드릴 수 있는 말 전부예요. -p. 122


이 건강휴양지에서 첫 휴식은 닷새 간의 침묵으로 시작하게 되는데요. 상담시간 외에 말을 해서도 안 되고 사람들과 접촉해도, 글을 쓰거나 읽어도, 심지어는 눈을 마주쳐도 안된다고 하죠. 같이 온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도요! 처음에는 굉장히 불만이 많았고, 금단증상에도 시달리는 듯 보였지만 묵언수행과 건강한 식이조절을 하며 사람들은 점차 이 건강휴양지의 프로그램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 보이더군요. 그리고 이 침묵이 끝나고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시기가 오며 생각지도 못한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마샤는 이미 이 아홉 명을 사랑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의 자의식과 자기혐오를, 명백한 거짓말을. 그녀 앞에서 무너질 때 자신들의 고통을 숨기려고 하는 방어적인 농담을 사랑했다. 이 사람들은 앞으로 열흘 동안 그녀의 것이었다. 그녀가 가르치고 양육해야 하는, 그들이 될 수 있고 돼야 할 모습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그녀의 것이었다. - p. 127


앞 부분을 읽어가며 이런 내용임을 추측한 사람이 있었을까요? 이 책의 장르를 뭐라고 정의해야할 지 흥미롭네요. 첫장에서 발작을 일으키면서도 일에 매진한 모습을 보이던 마샤는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의 원장이 되어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유하려고 합니다. 이 치유의 방식이 참 색달라 흥미진진해요. 이 곳에서 만난 아홉 명의 후일담도 1주 뒤부터 5년 뒤까지 다양한 시점에서 볼 수 있는데요.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던 그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또 그 곳에서 변화되었는지 알 수 있더라구요. 심지어는 원장인 마샤와 직원 야오까지 말이죠! 2020년 니콜 키드만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하는 리안 모리아티의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관심있는 분들은 책부터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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