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의 남자들
박초이 지음 / 문이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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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계간 문학나무 신인문학상에 단편 경계의 원칙으로 당선된 후 나온 박초이 작가의 첫 소설집 남주의 남자들. 장편도 옴니버스식도 아닌 각각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단편 모음집입니다. 표지에서 볼 수 있듯 유쾌하고 가벼운 이야기도 아니고 이면의 진실, 불안, 불투명 등 흐릿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죠. 덕분에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지만 그게 또 이 단편집의 매력이더라구요.


거짓 없이 투명할 것. 그것이 우리집 가훈이다. 나는 아내가 거짓 없이 투명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 p. 15


박초이 작가의 남주의 남자들에는 총 9가지의 단편이 실려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저는 표제작인 '남주의 남자들'과 이 소설집을 펼쳤을 때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던 '거짓 없이 투명한'. 그리고 사연있는 데이트 스냅에 관한 '경계의 원칙'을 흥미롭게 봤는데요. 제3자가 볼 수 있는 단편적인 겉모습과 실제 그들의 관계가 확연히 다른 게 재미있더라구요. 그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사회적인 안정 등을 놓지 못하고 추구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구요.


남주는 모든 것을 예쁜 것, 아름다움과 결부시켰다. - p. 55


화자조차도 믿지 못한 채 따라가다보면 어떤 진실이 새롭게 드러나는 단편들은 그래서인지 지루하지 않고 계속 책장을 넘길 수 있게 해줍니다. 반전이라고 할 정도로 극적인 건 아니지만 역시나 표면적인 것만을 믿을 순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박초이의 남주의 남자들. 특히 거짓 없이 투명한 이라는 작품이 가장 그런 느낌을 주더라구요. 불안하고 위태로운 허상을 보는 것 같아 어딘지 붕 떠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현실을 풍자하고 있어 확실히 몰입도를 갖게 합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기뻐했다. 마치 아름다움만 꺼내주면 그 어떤 도둑 촬영도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처럼. - p. 125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라 그런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네요. 진실이란 게 어디에 붙어있는지 모호한 채로 흐릿하고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것들 사이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박초이의 소설집 남주의 남자들. 이런 불안한 서사를 흥미롭게 느끼는 분들이라면 아홉 가지 단편들 모두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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