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 아내와 아이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 지극히 미국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그를 속박하고 있는 지구 반대편에서는 무조건 부모가 우선이다. 아이는 두 번째, 그리고 아내는 맨 마지막. 매와 진은 그를 그렇게 키웠다 - p. 133


가족이라고 조건없는 애정을 항상 베풀진 않죠. 굳게 닫힌 문 위에 적힌 안전한 나의 집. 표지만 봐도 '안전'이라는 말을 감금처럼 사용해서 이렇게 만들어낸건지, 아니면 이 문 뒤로 안전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반어법을 쓴 제목인건지 흥미진진하더라구요. 정윤의 '안전한 나의 집'에서는 안전함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이 집은 정말 안전할까요?


○ 그는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걸 가르쳐준 어머니를 증오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 p. 135


안전한 나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당연하다는 듯 한 가족이 나옵니다. 재미한인 가족이죠. 미국으로 건너와 어마무시하게 성공해 대학에서 대체불가능한 인재가 된 교수 진. 그리고 그의 아내 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경이 있습니다. 경 또한 아버지인 진처럼 교수가 되었지만 진처럼 유능한 인재는 아닙니다. 경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사회에 섞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걸 겪어오면서 한 편으로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버리지 못한 한인교회의 모습도 함께 겪으며 자랐죠. 그리고 진과 매의 관계, 진의 양육방식에 반발을 느껴 자기주장 강한 백인 여자 질리언과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이선이라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예요.


○ 쌍둥이가 바르게 큰 것은 크레이그와 그의 아내가 잘 키운 게 아니라 그들 자체가 바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늘 자신들보다 아이들을 먼저 챙겨온, 선하고 제대로 된 사람들이라서. 전 세대가 더 나은 다음 세대를 키우는 데 필요한 건 오로지 사랑뿐이었다. - p. 234


안전한 나의 집이라는 제목과 정 반대로 정윤의 이야기는 끔찍한 일을 당한 진과 매, 그리고 가정부 마리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처참한 일을 당한 가족. 이 일을 계기로 다독거려주며 돈독해지는 가족의 모습을 그리려고 하나 싶었던 생각을 비웃듯 이 일을 매개로 가족들은 서로에게 날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여태껏 눌러왔던 감정을 폭발시키고 점차 파국으로 치닫죠. 아시안이 1970년대 미국에 와서 성공하기까지 겪은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진, 그런 진에게 폭력적인 대우를 받으며 참고 산 매, 그런 집에서 자라 폭력적인 성정을 지닌 채 억눌려 있는 경. 모두가 피해자고 또 가해자인 셈입니다.


○ 모든 문제의 근원은 그의 아버지였으니까. 모든 비극은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 p. 357


이런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상처투성이 가족에게 믿기지 않는 일이 또 벌어지고 마는데.. 이 모든 비극적인 상황들을 보여주며 과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묻고 있는 듯한 정윤의 안전한 나의 집. 손자 이선에게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는 진과 그런 그를 용서할 수 없는 경. 진에 의해 망가져버린 매. 그들은 화해할 수 있을지, 가능하다고 하면 어떤 방식의 화해인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잔혹한 일과 그런 상황에서 전해질 수 있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 저자가 재미한인이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영미소설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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