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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같은 나의 연인
우야마 게이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 마사키의 볼이 벚꽃색으로 물든다. 마파람을 타고 벚꽃 잎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더니 눈송이처럼 팔랑팔랑 두 사람 사이로 떨어진다. 하루토는 그 꽃잎을 보며 결심했다. 다시 시작하는 거야.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언젠가 다시 그녀의 옆에서 걸을 수 있도록. - p. 46
보고 있으면 영상이 자동재생 되는 것 같은 벚꽃 색 사랑이야기. 우야마 게이스케의 벚꽃 같은 나의 연인을 읽어보았습니다. 표지부터 팔랑이는 벚꽃 잎이 인상적이던 이야기였는데요. 표지에 얼굴을 가린 여성에게는 역시나 의미가 담겨져있더라구요. 예쁘게 꽃을 수놓지만 금방 져버리는 벚꽃처럼 참 아름답고 슬픈 로맨스를 그리고 있는 이야기. 영화로 제작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 사람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잊고 싶지 않았던 것도 언젠가는 잊어버리고, 시간은 흘러가니 같은 순간은 다시 찾아오지 않죠. 하지만 사진이 있으면 계속 기억할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 p. 65
미용사인 마사키에게 어느 날 우연히 머리 관리를 받게 된 하루토는 첫 눈에 반해버리죠. 거짓 신상을 말하는 잘못된 방식으로라도 마사키에게 가까워지고 싶어 호감을 사고싶어하는 하루토. 그에게 큰 실수를 저질러버린 미사키는 온전히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책임을 지고 싶어하고, 그 기회를 삼아 저돌적으로 돌진한 하루토와 데이트를 하게 되어버립니다. 그 뒤로 마사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미사키 옆에 있고 싶다는 이유로 다시 접었던 꿈을 잡게 되죠. 그게 바로 사진작이였는데요. 흘러가는 시간을 오려 담아낸다는 묘사가 와닿더라구요.
○ 하루토는 왼쪽 귀로 손을 가져갔다. 통증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 흉터에 살며시 소원을 빌어본다. 이 행복이 영원히 이어지게 해주세요. - p. 84
우야마 게이스케의 벚꽃 같은 나의 연인에서 여러 굴곡은 있었다만.. 결국은 만나게 된 두 사람에게는 아주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죠. 하루토에게 좋은 면만을 보여주고 싶은 마사키는 힘든 선택을 하게 되고.. 둘 모두에게 힘든 순간을 겪게 되는데요. 제가 이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구요. 저는 이렇게 풋풋한 연애초기가 아니다보니 아마 다른 선택을 하게 되겠지만 확실히 이해는 가긴 했어요. 하필 이 순간 이런 일을 겪게 되어 안타까웠지만 그래서 더 벚꽃같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 그녀가 좋아해 주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마음을 담아서.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풍경을 오려낸다. 그리고 하루토는, 마사키가 없는 새로운 계절을 사진에 담아냈다. - p. 314
결말은 대략 짐작이 갔지만 그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서로와 함께한 시간이 적어 의외였던 우야마 게이스케의 벚꽃 같은 나의 연인. 스쳐지나가는 장면이 가슴아프더라구요. 미사키에 의해 변화된 하루토는 앞으로 그녀를 위해 사진을 계속 찍어나가리라 말하는데요. 하루토가 찍은 사진이 과연 어떤 작품이었을지 궁금해지네요. 그의 시선에서 본 풍경을 저도 보고싶어졌습니다. 추억을 오려내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사진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