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마침내 아버지가 되었다. 아버지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진 않았다. 그러나 살아야 할 숱한 이유들이 아이를 향해 흘러가리라는 예감이 그를 관통했다. - p. 25


청소년 필독서로 처음 접하게 된 조창인의 가시고기. 읽고나서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새빨개졌던 기억이 나네요. 너무 감명깊었지만 다시 읽기에는 정말 너무 기력이 빨려서 다시 도전할까 하다가 손을 놓기 일수였는데.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나 개정증보판이 나왔다길래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연아 앗쇼 팬미팅 보러 갔다가 번호표 받고 시간이 남아서 읽을 시간도 딱 좋았네요. 당시 정말 유명했던 베스트셀러였고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는데. 그 때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은 또 어떤 느낌을 줄 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하지만 정말 모르겠어요. 계속 아프기만 하다 죽어야 하는 이유를요. - p. 103


 

아버지의 시점과 아이의 시점이 적당히 교차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정다움이라는 뜻 좋은 이름을 가진 아이는 극심한 고통에도 아버지를 생각하는 안쓰러운 아이예요. 마냥 떼쓰기에는 자신을 쥐어 짜 병원비를 대는 아버지를 알고 있기에 같은 병실에 있는 친구보다 좀 더 어른스럽고 의젓하고, 그래서 슬프고 눈이 가더라구요. 아이가 철이 들었다는 게 이렇게 슬픈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끼네요.

 

 

 


○ 나중에요, 내가 커서 힘이 세지면 아빠를 실컷 업어줄게요. - p. 139


조창인의 가시고기에는 서로를 위하는 아버지와 아들. 몇 번이나 재발한 백혈병. 이미 눈물 쏟을 요소가 이렇게 가득한데 현실에 짓눌려가는 아버지와 다움이의 아이다운 시점의 교차로 인해 더욱 더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어줍니다. 아이는 여러 해 걸쳐 겪은 고통으로 희망 반 포기 반으로 살아내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순수한 심정을 가지고 있어 꽃핀이라던지, 만화라던지 찾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안쓰럽던지. 세상은 왜 이렇게 아픈 것만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고통까지 겪게 만드는건지..


○ 아직은 살아 있는 아버지였다. 육신과 영혼의 최후 한 조각까지 소명해버린대도 아버지의 이름으로 갈망을 멈출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기를 쓰고 버텨낸 이유의 전부였고, 골수와 함께 그의 전 생애가 아이의 몸속으로 흘러들고 있는 중이었다. - p. 309


그렇기에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를 지불하려 다소 불법적인 일까지 하려고 하고, 거기서 밝혀지는 다른 사실은 정말 절망속으로 부자를 빠뜨려버리죠. 예전에는 이런 현실적인 상황보다는 다움이 시점에서 급작스럽게 변한 아버지와 처한 상황이 두렵게 다가오는가, 마지막에 헤어질 수밖에 없는 둘의 상황이 얼마나 마음에 와닿았는가, 이런 점에 포커스가 맞춰져 서러웠다면 이제는 이런 현실적인 측면에 더 눈이 가더라구요. 어떻게 읽어도 슬픈 이야기. 조창인의 가시고기 지금 먹어도 여전히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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