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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 난조 지도리는 사과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사과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 p. 18
생의 마지막 순간이 점점 다가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분위기 파악 못하고 무신경하다는 말을 종종 들어 고민인 호스피스 병동의 루미코. 여자 의사에게는 남자 의사와는 달리 귀염성과 붙임성이 요구되는 사회 분위기와 자신의 성격이 맞지 않아 고민인 캐릭터가 환자들과 함께 그들의 후회와 마주하게 되며 조금은 둔감함을 던져버리게 되는 옴니버스식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키야 미우의 후회병동을 읽어보았습니다.
○ 그 청진기를 주운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 p. 28
가키야 미우의 후회병동에서는 개인시간도 없이 의료에 전적으로 시간을 쓰고 있음에도.. 최신 의료를 배운다던지 하는 것과는 별개로 여자 의사에게는 다정함이라던지, 붙임성 등을 기대하며 심지어 귀염성 있다는 간호사와 비교해서 뒷말이 나오는 씁쓸한 배경이 먼저 깔립니다. 전문직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주하게 되는 사회의 모순이 참 거슬리긴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개인이 그 시선을 이겨내는 건 방법이 몇 없죠. 남의사에게는 그런 기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루미코도 잘 알고 있고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신에게 와닿는 그런 뒷말들이 아프지 않다는 건 아니기에 자신의 둔감함을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신기한 청진기를 줍게 되죠.
○ 환자가 평온한 기분으로 삶을 마감하도록 돕고 싶은 마음은 양보할 수 없다. - p. 217
루미코가 일하는 곳의 환자들은 생의 마지막을 눈 앞에 두고 있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오래 산다는 것을 전제로 위험성이 있는 일은 기회비용을 생각하고 피하며 살기 마련이기에 그들은 후회가 많은 사람들이더라구요. 과거에 그 일을 바꿨으면.. 그 일을 했다면.. 그 것을 말리지 않았다면.. 내가 뒤집어썼다면.. 가키야 미우의 후회병동에서는 그러한 마음 속 이야기가 청진기를 대면 들리고, 환자가 루미코를 신뢰하게 되면 그들의 과거로 돌아가 그들이 후회하는 과거를 마주하면 어떤 선택을 다시 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미래가 생겨나게 되는지를 직접 체험해보게 됩니다.
○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인생을 살아보면 자신의 선택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평온한 마음으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 p. 412
DREAM, FAMILY, MARRIAGE, FRIEND 그리고 에필로그까지 총 5명의 환자가 나와 루미코와 소통을 하게 되는데요. 결국 과거의 선택과 지금의 나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 최선을 다한 삶이었다는 걸 느낀 환자는 편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과거를 마주하게 되었을지라도 기적적으로 병세가 좋아져 불안과 마주하지만 결국 죽음이 아닌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등. 갈수록 달라지는 루미코의 평판과 더불어 개인적인 루미코의 가족관계까지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던 가키야 미우 작가의 후회병동. 둔감함 덕분에 고민하던 루미코가 자신을 향한 동료 의사의 마음도 눈치채게 되며 새롭게 들어온 다른 소위 '문제' 의사에게 바통터치를 하게 되게끔 변화한 모습이 너무 무겁지 않게 보여지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