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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ㅣ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 후지마루
○ 무엇보다 시급이 300엔이야. 300엔이라고. 어이없는 수준을 넘어서 웃음이 날 정도지. 정말로 돼먹지 못한 아르바이트라니까. 하지만 말이야. 그래.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이 아르바이트를 추천할게 - p. 7-8
또다시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표지부터 눈에 띄고 제목에서 취향저격 느낌을 받아 보게 된 후지마루의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너의 이름은이 생각나면서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기시감과 관련된 소재일까 흥미진진하게 생각하며 읽어내렸는데 생각보다 많이 묵직한 내용이었습니다.
후지마루의 일본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에서는 사쿠라 신지라는 남자아이가 나옵니다. 세상에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역시나 얘도 역시나 사연을 가지고 있죠. 돈이 궁해 아르바이트를 찾지만 가정사에 의해 채용이 되지 않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런 어느 날 비일상을 접하게 되는거죠.
○ 근무기간을 채우면 어떤 소원이든 딱 하나 이루어지는 '희망'을 신청할 수 있어. - p. 19
독특하지 않나요? 사신 아르바이트라니. 게다가 시급이 3백엔. 추가수당도 없지만 해야한다는 주말근무까지 아주 제멋대로입니다. 신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모양이죠. 그렇지만 이런 아르바이트라도 솔깃한 점은 있습니다. 우선 임금이 선불이라는 것. 그리고 반년이라는 근무기간을 채우고 나면 희망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아르바이트는 소재로 봤을 때나 쉽게 긍정하게 되는 것이죠. 누군가 와서 이런 일을 하라고 권하면 도를 권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피하는 게 정상아니겠어요. 그렇지만 그 권하는 사람이 내가 알고있는 교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여학생이라면? 그리고 정말 돈이 절박하게 필요하다면? 속는다는 셈 치고 응해줄 수는 있는거죠.
○ 난 특별하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일단 적중했다고 할 수 있겠지. 나는 특별했다. 특별하게, 변변치 못한 인생을 살고 있다. -p. 25
그렇게 수락한 사신 아르바이트에서 신지는 비일상을 확실히 깨닫게 됩니다. 확실한 기준은 알 수 없지만 미련을 품고 죽은 사람 중 일부는 '사자'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세상은 진짜 세상이 아닌 가짜, 즉 추가시간으로 변하게 되는겁니다. '사자'는 원래의 자신과 같아서 주변 사람과 계속해서 관계를 맺을 수는 있지만 그건 덧없는 것이지요. 왜냐면 그 추가시간이 끝나고 나면 다른 '사자'와 '사신'이 아닌 모든 이에게서 추가시간 동안의 '사자'와 관련된 모든 기억도, 물건도 사라져버리기 때문입니다.
○ 사자의 힘이 자신의 미련을 알아내는 힌트라는 부분이 의외었다. 요컨대 '사자'는 자신의 미련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추가시간이 시작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죽었는데도 '사자'로서 추가시간을 살아간다. 그럴 만큼 미련이 큰데도, 정작 무엇에 미련을 품었는지는 모른다. - p. 90
뭔가 남기지도 못하고 남의 기억에도 남지도 못하고. 사신의 기억에 남는다고 쳐도 사신의 기한은 고작 반년 뿐. 누구에게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추가시간. 그렇다면 이 시간에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읽는 동안 '사자'들의 사연이 하나같이 안쓰럽고, 그런 미련이 해결되거나 어떤 결말을 맺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자가 미련을 해소해버리면 떠나버리기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 미련과 관련하지 않고도 추가시간동안 사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죽어버리면 그 즉시 끝나고 진짜세상으로 돌아가기에 더욱 그렇죠.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자신만을 바라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는거죠.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 읽었다가 많은 감정과 마주하게 되던 시간이었어요. 후지마루의 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권하고 싶은 이야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