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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ㅣ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평점 :
○ 이별만이 인생이지 - p.26
본가에 살던 시절 주말마다 들르던 서점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름마저 희미해졌을 정도로 옛 추억이 된 곳이죠. 이제 사라져버린 곳이지만 그 앞을 지나다닐 때면 문득 기억이 나곤 합니다. 무라야마 사키의 일본소설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읽으며 그 곳이 떠올랐어요. 이렇게 열정적인 서점인은 없었던 것 같지만 그 서점도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었죠. 추억을 떠올리게 해줘서 고마운 책이네요.
○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줄기를 타고 섬광처럼 흐르는 직감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쯤 거의 완성되었을 표지 디자인이 궁금했다. 책 판매에는 표지 그림과 디자인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띠지도 중요하다. 어떤 디자인에 어떤 그림과 어떤 카피를 썼을까. - p. 41
이 무라야마 사키의 일본소설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책을 판매하는 서점인들을 다루고 있어요. 마케팅 측면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기보다 한 사건과 한 책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죠. 그러면서 최근 서점들의 행보라거나 여러 노력들을 발견하게 되어 그래, 서점은 이런 재미로 가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온라인에서만 주문해서 서점에 들른지가 오래된 것 같은데 간만에 서점나들이를 하고싶어졌어요.
○ 자신이 만들어온 서가는 다음 담당자의 손에 의해 해체되었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점 직원이 서점을 그만두고 떠난다는 건 바로 그런 거니까. - p. 76
책도둑과 얽혀 안 좋은 여론으로 10년이나 다닌 서점을 스스로 관 둔 잇세이가 무라야마 사키의 오후도 서점 이야기의 주인공이예요. 책을 진지하게 대하고 어떻게 하면 이 책이 사람들의 눈에 띌까 고민하던 평범한 청년은 하루아침에 가해자가 되어버리죠. 그건 사실 누가 겪었어도 괴로운 일이겠지만 잇세이의 아버지가 겪었던 사고와도 어느 부분 맞물려 잇세이 본인에게 참담한 심정을 줍니다.
○ 그런 책이 강한 책이다. 천천히 중쇄를 찍고 미래를 향해 가는 책. 저자가 엮은 이야기는 그렇게 시간을 넘어 살아남는다. - p. 307
그렇게 비극적인 일을 겪었지만 잇세이는 책과 함께 하는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해요. 그리고 운과 행운이 함께해서 책 제목인 오후도 서점 이야기의 배경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10년간 일해온 서점과 오후도 서점의 인물들, 그리고 그 인물들에서 뻗어나간 관계가 서로 노력해 한 책이 입소문을 타는 결과로 이끌어내요. 그 과정도 흥미롭더라구요. 책이 점점 사장되어가는 세상에서 책을 사랑하는 모두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구나 느껴져 감동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저도 서점에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무라야마 사키의 오후도 서점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