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선교사들은 기독교를 가져왔지만 아득한 서쪽 세계에서 대륙을 가로지르고 바다를 건너 요괴도 가져온 것이다... - p. 77 

간만에 소름 돋는 일본공포소설을 접했습니다. 덕분에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제가 본 건 처음으로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를 받으며 일본 호러소설대상을 거머쥐었다는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였어요. 이름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옛 요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대략적인 소재만 알았을 땐 이렇게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더 후유증이 컸던 것 같아요. 


○ 하지만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 항상 집을 나오는 건 여자인가. 엄마인가. 아내인가. 이유는 명백하다. 집이라는 물건은 남편, 즉 남자의 소유물이라는 가치관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여자는, 그리고 아이는 그곳에 얹혀사는 것에 불과하다. 법도 그런 가치관 위에 있다. 세대주는 대부분 남편이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 몸과 마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딸은, 내 아이는 내가 낳았다. 내 딸이다. 이 집은, 우리 가족은 내 것이다. 이 집에서 없어져야 할 사람은 남편이다. 어느새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 즈음에 마코토와 노자키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때부터 기묘한 일이 몇 가지 일어나더니... 정말로 남편이 없어졌다. - p. 200

그렇지만 이런 무서움이 이런 호러소설의 매력이잖아요~ 이런 공포소설들 좋아하는 분이라면 좋아하실 것 같던 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도 말 잘 안 듣는 아이는 망태할아버지가 와서 잡아간다, 호랑이가 물어간다, 하는 류의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어디 나라에서든 비슷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지만 역시나 일본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그게 바로 보기왕인데요. 이 보기왕이 온다에는 그런 이야기에 좀 더 살을 붙여 아이와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더라구요. 이야기는 방문자, 소유자, 제3자의 3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요. 각각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보여줘 더 재미있었어요! 


○ 비과학적이며 초현실적인 분야에서도 논리나 이치가 존재한다. 이상한 일이 뜬금없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 p.253 

솔직히 영화나 공연같은 경우 공포는 깜짝 놀래키는 연출로 무서움에 대한 이미지를 잡아내는 경우가 많잖아요. 세상에 이미 많은 호러소설, 컨텐츠가 많기 때문에 공포소설로 제대로 두려움을 느끼기란 어려운 일인데요. 제가 쫄보인 탓도 있겠지만 이건 확실히 무섭더라구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갑자기 내 일상을 파고드는 것. 그리고 적절한 대응수단이 없다면.. 이미 그 자체로 공포죠. 게다가 장이 끝날 때마다 더욱 더 그 존재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기에 더 쫄깃하더라구요. 과연 보기왕은 뭘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말이예요. 


○ '보기마' 또는 '부기메'에 관해 쓰여 있는 짧은 문장이다. 저녁때 찾아온다.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대답을 하면 납치해간다.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소리를 낸다. 옛날부터 산에 살았던 요괴다 - p. 312 

저는 원래 책을 한 번 펴면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버리는 스타일인데요. 이건 제게 너무 호러스러워서 몇 번을 책을 덮고 다시 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읽는데까지 더 오래걸린 사와무라 이치의 일본공포소설 보기왕이 온다. 신인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고 탄탄한 이야기였네요. 이 작품은 일본에서 12월에 '온다'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개봉한다고 해요. 잘만 만들면 정말 일본 공포영화 중 최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대가 되네요. 저는 호러영화는 잘 못 보는 편이지만 이건 궁금해서 한번 보러 가봐야겠어요. 공포 컨텐츠를 좋아하신다면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