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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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어젯밤, 난 당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와 그리 오랜 시간을 같이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그녀를 죽이는 데 필요한 시간만큼 함께했습니다. - p. 29


살인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의미 없는 살인은 또 무어란 말입니까? 왠지 모를 반발과 또 얼마큼의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보게 된 인상적인 제목으로 먼저 시선을 끌던 유의미한 살인. '그는 한때 천사였다', '너는 모른다' 등으로 이미 꽤 알려져있는  카린 지에벨의 신작 영미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은 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는 지원팀 직원 잔느입니다. 사건을 직접적으로 조사하는 주체나 범인의 시점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꽤 흥미진진했는데요. 모든 것은 잔느가 기차에서 한 편지를 받게 되고 나서 시작되게 됩니다. 


○ 신, 엘리키우스는 또 벼락을 내리기로 마음먹었고 그 무엇도, 그 누구도 그걸 말릴 수 없을 것이다. 아무도. 나 말고는. - p. 213


이미 연쇄살인이 진행중인 시점입니다. 잔느는 참 규칙적인 사람입니다. 일정한 시각 눈을 뜨고 정확한 순서로 준비하고 기차를 타고 출근하죠. 퇴근도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누군가 잔느를 지켜보고자 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소립니다. 항상 자신의 지정석이라 마음속으로 부르며 앉는 잔느에게 편지를 전하는 것도 식은죽먹기였겠죠. 그렇게 편지를 받게 된 잔느는 그 편지가 자신에게 열렬히 고백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 편지를 늘상 받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기분 나쁠 일이 있을까요?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호감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 잔느는 어느 정도 충족감마저 느끼며 편지를 몇 번이나 읽어보곤 합니다. 하지만, 그가 살인을 고백한다면..? 


잔느는 사건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입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팀도 아니고, 또 관련성도 없-어보이-죠. 사건을 수사하는 반장에게 호감이 있지만,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살인자에게도 점차 마음이 열려갑니다. 어처구니 없어보이지만 누구도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고, 끔찍한 일을 겪어보기도 했던 잔느였기에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처음엔 이 편지를 둘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면 어떻게 될 지도 모른다는 협박에 두려워서 함구했지만 둘이었던 연쇄살인은 점점 늘어나고, 잔느는 살인자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반장에 대한 호감으로 계속해서 편지에 대해 털어놓아야할지를 고민하며 괴로워합니다. 후반부로 가서 인물의 심리묘사가 좀 따라가기 애매하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확실히 속도감있게 읽히던 카린 지에벨의 유의미한 살인. 소재가 재미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흥미진진했던 영미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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