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모으는 소녀, 고래를 쫓는 소년 블랙홀 청소년 문고 8
왕수펀 지음, 조윤진 옮김 / 블랙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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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는 나를 세상 어디로든 데려다줄 수 있어. - p.10


저는 하이틴 로맨스를 좋아해요. 어딘가 풋풋하고 위태로워보이면서도 정열적인 감정이 묻어나오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로맨스 영화를 즐겨 보지 않지만 굳이 보자면 하이틴로맨스 영화를 즐겨보는데요. 그 중에서도 대만의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같은 영화들이요. 그러면서도 대만 로맨스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왕수펀의 대만 로맨스 소설 지도를 모으는 소녀, 고래를 쫓는 소년에 도전해보았습니다. 



○ 라오따이, 너는 나무 위 오두막의 덩굴 한쪽에서 어슬렁거려도 괜찮아. 내가 허락해줄게. - p. 39


세상에서 원하는 기준, 미와 똑똑함을 둘 다 갖추고 있는 소녀 장칭과 장칭이 라오따이라고 부르는 소년 따이리더. 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모든 것을 다 쉽다고 생각해왔던 장칭에게도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고, 장칭의 주위를 맴돌던 라오따이가 장칭과 닮은 누나의 조언으로 위로해주게 되면서 둘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지게 됩니다. 서로의 속사정은 모르는 채로 둘은 점차 마음 한 켠을 내어주게 되는데요. 1부와 2부가 각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면서 아 이래서 이런 말을 했구나. 이래서 이런 행동을 했구나 깨닫게 되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 만약 내가 누군가 한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영원히 너를 첫 번째로 떠올릴게. 약속해! - p. 63


왜 지도를 모으는지, 왜 고래를 쫓는지 그 이유는 책을 읽다보면 알 수 있게 되는데요. 왕수펀의 이 작품은 슬프면서도 어딘가 환상적인 동화같은 느낌이더라구요. 표지처럼요. 사실 책으로 읽는 청소년 로맨스 소설은 오랜만이라 촌스럽고 유치하지 않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읽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빠져들어서 봤어요. '실패는 원래 인생의 한 부분이야'라는 말도 와닿았구요. 


○ 엄마, 남자아이를 한 명 알게 됐는데 그 애 이름은 라오따이라고 해. 전에는 걔를 그냥 아기 다람쥐 정도로 생각했거든. 그저 내 기분을 즐겁게 해주는 작은 장난감처럼 말이야. 그런데 이제 알겠어. 실은 그 아이가 바로 커다란 고래였다는 걸. 그 아이는 나를 태우고 광활한 세계를 향해, 지도 밖 세상을 향해 헤엄치는 고래였어. 어릴 적 꾸었던 바보 같은 꿈이 또렷이 떠오르네... 나는 웃는 얼굴로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는 중이었어. 계단의 꼭대기에 올라 다다른 그 곳은 내가 가장 동경해왔던 장소, 바로 '벌꿀나라'의 기나긴 해변이었지. 저 멀리서 혹등고래에 올라탄 라오따이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어. 우리는 함께 고래에 올라탄 다음 길을 떠날 거야. 지도는 필요 없어. 인생이란 정교하게 그려진 지도가 아니니까. - p.83-84


혹등고래의 노래를 알고 계신가요. 치유를 위한 음악으로 쓰이기도 한다는 이 노래는 자신의 단 하나의 짝을 찾기 위해 고래가 소리를 내는 것을 노래하는 것 같다고 붙인 이름인데요. 실제로 1970년에 수중음악학자가 녹음해서 발표하기도 했으며 무려 10만장이나 팔렸다고 합니다. 헤어지면서 혹등고래의 노래를 선물하며 그 노래를 듣게 된다면 자신을 떠올려 달라는 바람을 담은 라오따이.. 저는 혹등고래의 노래를 듣게 된다면 장칭과 라오따이의 이야기, '지도를 모으는 소녀, 고래를 쫓는 소년'이라는 왕수펀의 대만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 생각나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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