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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마쓰오 유미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 대답은 간단합니다. 미행하는 상대가 저입니다. - p. 75
저에게 사실 로맨스 소설 류는 보고 나면 조금 가슴 설레고 아~ 이런 로맨틱함이라니~ 하고 책을 덮는 순간 싹 잊어버리는 장르예요. 몇 달 뒤에 아, 그런 책도 있었지. 그 책 내용이 뭐였더라? 하고 생각 할 정도로 인상이 흐릿하게 남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가 책에 킬링타임이라는 말을 적용한다면 딱 이 분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볍게 읽고 잊어버리는데요. 정말 오랜만에 여운이 진해 마음에 남는 로맨스 소설을 봤습니다. 그게 바로 이 일본 로맨스 소설 마쓰오 유미의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였습니다.
○ 하지만 저는 기타무라 씨에게 어떤 물품도 보낼 수 없습니다. 시간이, 기타무라 씨 쪽에서 제 쪽을 향해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 p. 114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제목부터 참 낭만적입니다. 하지만 제목에서 기대하고 책을 펼치진 않았어요. 사실 일본소설 많이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일본 제목 독특한 게 많은 것 잘 알고계시잖아요. 라이트 노벨쪽으로 가면 정말 희안한 제목도 많이 등장하죠. 그래서 이건 얼마나 재밌으려나~ 하는 작은 흥미정도를 가지고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죠. 와 그런데.. 제가 일년에 책을 아무리 적어도 백권에서 백오십권을 읽어서 항상 연말에 저만의 베스트를 뽑는 연례행사를 스스로 하고 있거든요. 근데 이 책은 별다른 일이 없는 한 굳건하게 순위를 지킬 것 같더라구요.
○ "그 사람을 위해서 기적을 일으키고 싶을까요? "그야 그렇죠. 남자는 모두 기적을 일으키고 싶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 p. 205
이 이야기는 타임패러독스를 이용해 미래의 한 남자와 현재의 한 여자의 기적같은 만남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예요. 이 정도 단서만 가지고도 이런 소재를 많이 접한 분들은 눈치채셨겠죠. 맞아요. 미래에는 이미 일어나 있는 어떠한 사건을 바꾸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랍니다. 거기에 로맨스라는 양념은 덤이구요. 사실 가벼운 로판 등을 즐기신다면 이미 회귀나 전생, 빙의 등의 타임패러독스 소재를 많이 접했기에 식상할텐데요. 하지만 이건.. 일단 읽어보셔야해요! 마지막에 가서는 오류를 잡기 위해 좀 끼워맞추기식 설정이 설명조로 나와서 좀 아쉽긴 하지만.. 중간도 가기 전에 모든 전모를 알아채고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는 없을 수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식상한 소재와 별볼일 없는 트릭을 가지고도 흥미진진하게 결말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어요. 그리고 책장을 덮는 순간 여운이 진하게 남는답니다..!
○ 일말의, 하지만 틀림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불안감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를 구해준 대담함과 모순된 나약함을 생각했다. - p. 244
일본 소설, 그중에서도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면 정말 가볍디 가볍고, 전혀 인상에 남지 않는 킬링타임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던 제게 기분좋은 충격을 준 마쓰오 유미의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이런 책을 마침 딱 9월에 만나게 된 것도 행운이예요. 2019년에는 영화로도 개봉한다던데. 아마 9월에 맞춰 개봉하겠죠?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공기층이 달라져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딱 묘한 이 시점에 만나는 이 원작 소설로 만든 영화는 정말 특별할 것 같아요. 기억해뒀다가 영화까지 꼭 보려고 해요. 일본에서는 출간된 지 10년이나 된 책이라고 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이런 울림을 주다니 책이란 정말 감동적인 매체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느껴보았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죠. 그 설렘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정말 꼭 권하고 싶은 마쓰오 유미의 로맨스 소설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