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언어 - 나무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 지음 / 설렘(SEOLREM)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나무의 언어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순백의 빛나는 진실을 말한다. - p. 121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나무이자 나무들의 여왕이라는 주목의 시선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독특한 책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의 이탈리아소설 나무의 언어를 읽었습니다. 나무의 입장에서 글을 쓰기 위해 무려 12년을 투자했다는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는 그 노력을 인정받은 것인지 이탈리아 FiordiBarocco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나무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에서 인간은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봐지고 있는 걸까요.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 미풍에 한들거리던 잎사귀, 그 잎을 떠받치고 있던 이리저리 뻗은 굵고 가는 가지들, 그 가지 사이에 둥지를 틀던 새들, 오소리, 다람쥐 그리고 내 줄기에 난 구멍을 보금자리삼아 지내던 여우들. 하늘과 비, 태양 그리고 광합성......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여, 안녕. - p. 205 

이 주목이 처음 커가면서 엄마 나무 옆에서 보살핌을 받을 때부터 시작해 수 백년이라는 오래된 시간을 지나 주목 뿐만 아니라 다른 시선에서도 회고록이 쓰여질 때까지 이 이야기는 참 오랜 시간을 축약해서 담고 있습니다. 나무가 처음 인간을 인지하고, 다른 동물들과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아주 오랫동안 인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나무는 일견 인간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며 모르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귀한 품종인 자신을 긍정하며 다른 식물들을 모자라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게다가 정치적이며 동맹을 맺어 적을 몰아내기도 하죠. 그런 나무가 인간을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게 신기하기도 했구요. 심지어 나무는 여성적임과 남성적임의 패러다임을 나눠 자신이 남자였으면 이랬을 것이다. 이런 식의 서술을 하기도 합니다. 이것도 결국엔 인간이 쓴 나무의 시선이어서 그런걸까요. 확실히 독특하긴 하더라구요. 


 내가 아주 어리고, 몹시 푸르렀던 시절 이후 처음으로, 나는 모든 것들에, 모든 이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느낀다. 이 세상은 모든 것들과 모든 이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존재할 수 없는 싸움터이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모든 것을 떨치고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 p. 245 

주목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오랜 세월에서 인간의 역사도 함께 읽히게 됩니다. 그 동안 나무와 인간은 자신의 나뭇가지 한 켠을 주목에 의해 공생하기도 하고, 종교적인 인간에 의해 주목이 베어지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완전히 베어지고 난 후에는 생명력을 발현해 되살아나기도 하죠. 오랜 시간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나무는 인간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듯 보입니다. 그리고 주목은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며 삶이란 사는 것이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 것이며 오늘에 관심을 가지자고 말합니다. 식물학을 소설로 만들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되던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의 이탈리아소설 나무의 언어. 꽤 재미있는 소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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