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중요한 건 머리카락이 아닙니다." 나는 그때 그렇게 말했는데, 반만 농담조였다. 그 말은 사실이지만, 머리카락은 삶을 말해 준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머리카락은 육신이라는 초의 불꽃이고, 그 불꽃이 잦아들면 육신도 쭈그러들어 녹아 없어진다. 한때 정수리에 높이 틀어 올려 묶는 머리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나도 따라 할 만큼 숱이 있었다. 올림머리의 시대에는 뒷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올렸다. 그러나 이제 내 머리카락은 아르두아 홀에서 우리가 먹는 끼니 같다. 듬성듬성하고 부족하다. 내 삶의 불꽃이 사그라지고 있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