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김영하 작가 작품이라 서점에서 추천되어 그냥 샀다. 이번엔 무엇으로 나를 놀라게 할 것인가 궁금했기에.
최근 작품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 작품인 걸 알고 스스로에게 무안했다.
책장에만 꽂아 두기를 한 달은 된 것 같은데 국외출장 짐을 싸며 뭘로 심심풀이를 할까하다 우연히...
구한말 국가가 무너진 마당에 기존의 질서로서의 반상 역시 이미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황족이라 칭하는 이들 뿐만아니라 새로운 삶을 원하는 이들이 강대국간의 암묵적인 노예시장에 던져진 이후의 삶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신세계를 꿈 꿀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삶의 이력들을 그려내었다. 특히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황족 가장의 여식,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고아의 동물적 본능으로부터 꿈틀거리는 생명력, 역관의 자식으로 변화하는 세상을 잘 읽은 부친과 이 부친의 갑작스런 사고로 얻은 전 재산을 탕진할 수 밖에 없었던 사내 간의 인생살이가 참으로 놀랍다.
유럽과 남아메리카에서 직접 목도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무차별적 착취와 지금까지 이어온 인종청소의 결과로 그 후세들의 비루해 보이는 삶을, 지금의 평온해 보이는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여전히 생존을 위한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