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꿍 최영대 나의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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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이 책으로 [어린이 독서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영대와 같은 3학년 친구들로 모두 좋은 부모님 덕에 도서관을 자기 집처럼 오고가는 친구들이죠.

이 책을 읽어주기 전에 먼저 물어보았습니다.

"얘들아! 더벅머리에 꾀죄죄하고 말도 통 없는 아이가 우리 반에 전학을 왔대. 그 친구랑 짝꿍 할 친구 있니?"

"싫어요. 그럼 이 수업 안할거예요."

"그 친구는 엄마가 돌아가셔서 보살핌도 못 받고, 너무 슬퍼서 말을 잃어버린 친구래."

"그래두 싫어요."

아이들의 반응은 어느 교실에서든 느껴지는 냉랭함 그대로였습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라는 생각에 수수하지만 수채화 그림으로도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영대의 외모에 반 아이들의 시큰둥한 관심이 그림으로 잘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쓴 채인선 씨도 이 책을 쓸 당시 초등학교 3학년 큰 아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큰 아이는  자기네 반에 전학 온 영대 이야기를 매일 했었다고 하네요.

"엄마, 영대가 글쎄......"

실제로 작가가 엄마라는 사실, 따뜻함과 넉넉함을 함께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사실이 이 책을 명작으로 만든 것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내내 숨죽이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던 아이들의 눈빛이 떠오릅니다.

책읽기로 독서 중 활동을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영대가 우리 반에 전학을 왔다면, 누가 영대랑 짝꿍할 사람 있니? 하기 싫을 수도 있고, 강요하지 않을게. 하기 싫으면 싫은 이유를,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이유를 한 번 써 보자."

모든 아이들이 싫다는 반응이었던 독서 전과 달리 아이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우리 아이들!

몇 몇이 손을 듭니다.

"선생님, 둘 다 써도 되나요?"

 

아이들은 타협을 했습니다. 좋은 책으로 감동을 받았고 친구들과 영대가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짝꿍이 된다면 현실에서 받을 수 있는 여러가지 골치아픈 일도 떠올랐을 것입니다.

나까지 귀찮아지고 왕따도 당할지 모르지만, 외로운 영대랑 짝꿍을 해주고 싶다는 아이들이 반이 넘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싫다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선행을 강요할 순 없으니까요.

저는 제가 하는 독서지도 강사 일이 참 좋습니다.

현실에선 모두 좋은 친구, 멋진 친구를 찾고 닮으려고 합니다.

한 학교에 외국서 살다 와 영어, 불어에 능통한 얼짱, 게다가 착하기까지 한 여자 친구의 전학에 온 학교가 스타인 그 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초등학생들......

그렇지만, 책으로도 충분히 역지사지를 배우는 우리 아이들을 볼 때, 희망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좋은 책이 이렇게 많은 아이와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구나!

가장 수줍음 많고, 선생님의 칭찬에 얼굴 빨개지던 우리 현수의 활동지를 통해 영대가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짝꿍을 할래요. 왜냐하면, 아무도 짝꿍을 안 해주면 영대는 외롭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잘해줘서 영대가 깨끗해지고 얼굴도 하얘지면 다시 좋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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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2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