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사과 - 세상을 바꾼 여덟 가지 사과 이야기
모지현 지음 / 이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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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모티브가 된 이야기~

할때 퍼뜩 떠오른 건 아담과 이브, 빌헤름텔, 뉴턴, 백설공주 그리고 스티븐잡스의 애플였다. 나머지 사과 얘기는 뭘까...

 

궁금하면서도 내가 모르는 그 너머의 이야기에 더 큰 호기심을 느꼈다.

 


 

역사의 장면들은 '어떤' 사과를 '', '어떻게' 선택했을까?

그리고 사과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이 책의 호기심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출처 : 꿈꾸는 사과, 들어가는 말 중에서

 

굳이 사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을까, 아니면 사과여야 했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궁금증에 그친 나와는 달리 저자는 역사 속 사과 이야기를 해박한 지식과 함께 풀어 놔,

'와아~' '아니 그런...?' '그렇게까지야...!' 갖가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각각의 사과 이야기에서 내가 떠올린 느낌과 저자가 집약한 중심단어를 비교해 보면서 읽는 것또한 색달랐다.

 


 

그러나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이브의 사과가 종교적 심성으로 바뀌면서 정복과 개종의 통합물로 사용된 점에서였다.

역사적,지리적 상황으로 비춰볼때 밀알, 무화과가 비교적 근접한 열매지만

당시 고대 서·북유럽 사람들에게 불멸의 상징였던 사과를 악한 사과로 변질시킴으로써 기독교 전파를 수월하게 했고

일상에 깊숙히 파고 들어 악한 과일로 사과 이미지를 강하게 인식시켰으니 말이다.

 

사과를 먹음으로써 인간에게 원죄가 생겼고

아담을 유혹한 이브의 딸들은 소외·억압·착취의 대상으로 마녀사냥에 몰리기까지 했으니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벼운 바람도, 매서운 칼바람도, 독기 품은 태풍도 될 수 있다는 걸 느낀 부분였다.

 


 

인간에 의한 억압의 굴레로부터 당당히 자유를 쟁취한 이야기로 기억되는 빌헤름 텔의 사과는

강요된 선택에서 어떤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인간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빌헤름 텔이 쏴 맞춘 아들의 머리 위에 얹힌 사과는 스위스의 자유·독립을 상징하고

비폭력 이상향을 그리게끔 만들었으니 말이다.

 


 

뉴턴이 은둔형 천재로 사람들에게 비판 받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였을 줄은 몰랐다.

비판대에 오르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게 싫어 은둔생활을 할 정도는 아닐 테니까!

게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서 왜 땅을 향해 떨어질까, 의문을 갖는 이가 몇이나 될까?

자연현상이겠거니 생각하고 말았을 것을 뉴턴은 오랜시간 숙고 끝에

땅이 사과를 끌어당기는 만큼 사과도 땅을 끌어당기며, 떨어지는 속도는 물질의 양에 비례한다는 등의 만유인력 체계를 생각해 냈다 하니...

 

갈릴레이, 데카르트 등의 거인들의 사상을 모아 사물의 운동법칙을 발견하고

우주 작동방법에 관한 통일된 전망을 뉴턴이 제시할 수 있었던 건

이론을 습득하고 비판하며 실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친 집중과 노력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자연에서 차지하고 있던 신의 자리를 이성으로 바꿔가며 나름의 혁명을 주도했고

잡기장이라 이름 붙인 천여쪽의 백지에 답을 써내려가며 찾아낸 가공할 수학 및 과학이론은 인간 세계를 밝힌 업적에 방점을 찍었다고 하니 말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겨 난 민중동화 같은 것을 메르헨(그림동화)이라 한단다.

처음 책을 펼치면서 '? 왜 못생긴 주인공은 없을까', '첫눈에 반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게 말이 돼?'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고? 지지고 볶다보면 튕겨 나갈수도, 톡 부러질 수도 있는데 어째서 다들 행복한 끝맺음이야?'

 

찌든 생활에서 찰나의 행복을 대신해서라도 느끼고픈 마음에서 비롯됨을 알겠지만

가끔은 이야기를 비틀고 싶은 욕구도 느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도덕을 가르칠 목적으로 아동을 위한 독서용 책인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꿈을 쫓도록 하는게 낫겠단 생각 또한 들었다.

 


 

백설공주 내러티브를 여성의 성숙이라는 정신분신학 측면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끈과 빗이라는 아름다움만을 끝까지 놓지 못한 여인은 미성숙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사과로 대표되는 지혜라는 죽음을 통해 이전의 자신과 결별하면서 성숙하는 시간을 지난다.

죽음에서 깨어나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억눌렸던 남성성과 다시금 결합함으로써 성숙으로 나아간다는 시각 말이다.

출처 : 꿈꾸는 사과, 페이지 204~205”

 

금기를 깨고 사과의 유혹에 빠진(호기심의) 대가는 죽음였다,

이브가 사과로 간주된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우리에게 죄와 죽음을 가져다줬듯이.

 

정식분석 측면에서처럼 어떤 경로로든 내가 선택한 결과를 성숙된 자아로 발전시켜 긍정적인 계기로 되살렸으면 좋겠다.


 

여인 셋의 불화로 트로이 전쟁을 가져다 줬다는 '파리스의 황금사과'

그리스인에게 인간 본연의 성품과 이성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적 기품(르네상스)을 선사했고,

르네상스 시대 완성된 체계적·과학적인 원근법을 과감히 무시하고 사물의 본질적인 구조와 형상에 주목해

자연의 모든 형태를 원기둥과 구, 원뿔로 해석해서 독자적인 화풍을 만들어 근대회화의 아버지로 불린 '폴 세잔의 사과',

컴퓨터와 인공지능개발에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개념을 제시했지만 청산가리를 삼키려고 사과를 사용했다는 '앨런 튜링의 사과', 그리고...

 

애플이 제시한 비전이 실제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사회에서 잊힌 사람이는 대상과 실용에 묻힌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다시금 살리려 시도한 점,

그리고 이성에 감성을, 시각에 촉각을, 절대에 상대를, 남성성에 여성성을 더하고 통합하려는 시각을 제시해 준 역사적인 의의는 결코 부정할 수 없을 듯 하다.

출처: 꿈꾸는 사과, 페이지 323”

 

단순하면서 우아하고, 파격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애플의 디자인은 아름다운 형태뿐 아니라 감정적인 배려가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다.

사용자가 복합하게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고 필요없는 것은 제거하고 통합해(디지털과 인문학의 융합)

거침없이 추종자를 만드는 모습이 나로선 놀라울 정도였다.

 

하나의 열매일뿐인 사과가 인류를 바꾼 모티브(motive, 예술작품을 표현하는 동기가 된 작가의 중심사상)가 된,

여덟가지 사과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롭고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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