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마음 날씨 맑음 (책 + CD 2장)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륜스님 지음 / 정토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어릴때 엄마에게 받은 상처 어떻게 치유하나요? 스님께 물었다. 

[질문내용 요약] 지금 직장생활 24년째 하고 있는 주부로서 14살 남자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 사람을 매일 만나야 하는데 사람만나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고 눈치 보게 되고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힘이 듭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낳아주고 키워준 것만해도 감사해야 한다고 했는데 동의가 안되는거예요. 저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엄마가 어릴때 저를 버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버릴까봐서 거의 자폐아로 살았습니다. 말 한마디 안하고 엄마 뒤만 다라 다니고 친구와 놀아보지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엄마는 그런 저를 한 번도 안아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결혼을 해도 남편하고 같이 집에 안오느냐고 묻지도 않고, 그 후 이혼을 하고선 4년뒤 이혼했다고 이야기하는데 눈물 한 방울 없이 옛날이야기 듣듯이 합니다. 그런 엄마에게 욕도 해보고, 뭘 갖다 바치기도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지금 엄마가 75세인데 젊었을때 막내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엄마가 집을 나갔습니다. 나가면서 한 두 살짜리는 데리고 가고, 너까지 데리고 가면 엄마가 힘들다면서 놓아두고 간다고 했어요. 매일 따라 다니면서 눈치보며 산 것이 지옥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흐느끼면서 알아 들을 듯 못 알아들을 듯한 말로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어릴적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었다. 다시 나이가 들어 그때의 엄마처럼 아이도 낳아 키우지만 어릴때 입은 상처에 휩싸여 살고 있는것이다. 지금 질문자의 아들도 역시 그렇게 자폐아적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법륜스님은 차근차근 다시 물어나간다.  

부부가 싸워서 집을 나가면서 아이들을 전부 데리고 갈 수는 없고 우선 급한 어린 애들만 데려가고 나머지는 집에 맡겨놓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요? 잘잘못을 떠나 이해는 되잖아요? 엄마도 그 나이엑 그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행동으로 옮긴것 아니잖아요? 

나이 서른 몇 살박에 안되는 여자가 남편하고 관계가 안좋아 못살겠다고 집나가려고 할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보통일것입니다. 엄마가 특별히 나쁜 인간이라 그런것은 아니잖아요? 

그때까지 강하게 엄마를 부정하고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고 하더니 <이해한다>고 답변을 하면서는 흐느낌은 잦아들고 안정을 서서히 찾는 눈치였다. 거기에 다시 법륜스님은 강한 어조로 말씀을 이어간다.  

부모들은 이런 것을 보면 자식 키울때 조심을 해야 해요. 그러니깐 성질난다고 말 나오는데로 다 하면 어린 아이들이 상처를 입어요. 그 상처가 두려움이 되고 그 두려움은 엄마 치맛자락을 붙들고 밖에도 못나가면서 살다보니 세상에 고립되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지는 겁니다.  

지금의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지 않으려면 엄마가 바뀌어야 합니다. 내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하게되면 아이에게는 더 큰 충격이 됩니다. 그래서 아이를 고치려면 엄마가 바뀌어야 합니다. 먼저 어릴적 엄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엄마가 얼마나 괴로우면 제 자식을 못데려간다고 말했겠어. 얼마나 괴로우면. 아, 엄마가 그때 참 괴로웠겠다. 내가 엄마의 마음을 모르고 그동안에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했구나. 어머니, 죄송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엄마에 대한 참회, 그리고 그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를 키워준 것에 대한 감사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풀려야 아이 문제가 풀려요. 자식을 위해서라도 풀어야 됩니다. 

질문자의 흐느낌은 완전 사라졌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태어나지 말았으면’하고 이야기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사람이 지금은 평온을 되찾고 어떻게 기도정진하면 되는지에 대해 귀기울이고 있다. 신기할 정도이다. 2-30분동안 계속되는 질문과 대답속에 질문자는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와 같이 어릴적 엄마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나이가 들어서도 상처가 되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 엄마의 집착에 가까운 본능적 보호는 우리들의 아이를 병들게 하는 다름아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에서 <아이가 애를 먹여서 힘들다>는 엄마들에게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제발 결혼해서 자기들 좋아서 낳은 자식들에 대해서 책임지는 부모가 되라. 왜 내팽겨치고 책임지려 하지 않느냐? 아들인지 딸인지 구분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우고, 낳은 자식이 신체 불구라고 내다버리고... 이게 부모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가? 부모로서는 끝까지 책임지려는 자세가 필요하고 이 문제를 극복하려는 엄마의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아이문제를 두고 남편에게 참회하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남성,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으로서 남성인 남편에게 참회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엄마로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마음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런 간절함으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 내가 남편을 부정하고 욕하고 존경심이 없을때 우리들의 아이는 훌륭하게 자랄 수가 없다. 그 <짐승만도 못한>인간의 아들이 바로 내 자식이 아닌가? 스스로의 긍정과 자긍심, 그리고 부부간에 우애는 아이들을 바로 키우는 첫 걸음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에 즉문즉설 법회 현장의 소리를 CD에 담은 오디오북이 발간되었다. 그 가운데 엄마와 관련된 몇가지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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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우는 마음 1 

자식들이 자신의 젊음을 누리며
온갖 모험을 하면서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그렇게 그들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봐줘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자꾸 자식을 품에 안으면
죽을 때까지 자식이라는 걸 하나 안고
숨넘어갈때까지 고생하고 살아야 해요.
그건 자식 잘못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자식을 그렇게 길들여서 그래요.
그건 어리석은 삶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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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우는 마음 2 

아이가 방학을 하거든 함께 여행을 해 보세요.
짐은 간단하게 꾸리고 돈도 조금만 가지고 배낭여행을 하세요.
아이와 둘이서 인도로 가보세요.
방학하는 이튿날부터 방학 끝나는 날까지
최대로 긴 시간을 잡아서
인도 전역을 다니면서 할 고생 안 할 고생 다해 보세요.
절대로 택시 타지 말고, 좋은 기차도 타지 말고,
좋은 호텔도 가지 마세요.
완행열차를 타거나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위에 타고 다녀보세요.
밤은 길거리에서 사 먹고,
숙소는 1불이나 2불정도 주는 곳에서 자고요.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한다면 이렇게여행을 해 보세요.
그런데 내가 오히려 뭔가 잘못 될까봐 겁을 내고,
배가 고파서 더 먹고,
내가 불편해서 좋은 호텔에 자고, 내가 힘들어서 택시 타고 다니면
아이, 절대 못 고칩니다.
자식을 위해서 완전히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냉정해야 합니다.
그 아이가 누굴 닮았을까요?
내 뱃속에서 자라면서 내 마음을 닮았고
눈뜨자마자 내 품에 안겨서
내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자랐어요.
그러니 그 아이가 바로 내 모습이지요.
내가 바뀌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죽인다 해도 안 바뀝니다.
아리를 바꾸려는 내 생각을 버리고 내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렇게 아이하고 살면
자연스럽게 아이 버릇이 고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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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마음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하고
그 뒤에 밥해서 아이들 챙겨주는 일이
아이들에게 엄청난 공덕이 됩니다.
집을 내팽겨쳐주도 어디 가서 기도한다고
좋은 일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그렇게 하는 건 일 년에 몇 차례만 해도 충분해요.
제 어릴 때 기억 속에 있는 어머님은
정월대보름이면
밥이며 반찬이며 가족들이 먹도록 준비해놓고
깨끗하게 흰 옷 입고 바구니에 쌀이랑
좋은 초를 사서 이고 절에 갔어요.
그날 새벽에 갔다가 오후 되면 돌아오세요.
불교가 무엇인지 모르는 어머니였지만 해마다 그렇게 하셨지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산 고개 올라가는 어머니 모습이 훤해요.
어릴 때는 그런 이미지가 매우 중요해요.
그런 정진을 해야지 욕심을 내서 하는 것은 신앙이 아니에요.
꼭 교회 다니고 절에 다녀야 신앙이 아니라
그렇게 기도하는 신앙이 중요해요.
어릴 때 종이에불붙여 태우며
달님보고 기도하는 건 욕심이 아니잖아요.
어릴 때의 그런 것들이 우리 가슴속에 다 영향을 주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마음이 들떠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들떠 있어
심리불안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참 편안하다. 시원하다. 거꾸로 생각하며 당장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것만 생각했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픔을 보듬어 안으려고 하지 않은 내 모습도 본다. 그래 내 인생 내가 멋지게 한번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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