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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12가지 스토리 법칙
리사 크론 지음, 문지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평점 :

'이런건 나도 쓰겠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읽고나면 이런 무책임한 평을 내뱉고는 한다. 아무래도 글이라는 건 달리 준비물이나 진입장벽이 있는 것도 아니라 쉽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는 있으니까.(특히나 문맹률이 낮은 한국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막상 그 사람들이 글을 쓰더라도 작가로서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아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누구나 '끌리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지망생들이 그냥 손가는 대로 쓰다보면 대작이 탄생하는 스티븐 킹같은 작가가 되기를 원하겠지만, 불행히도 모든 작가들이 그런 천재성을 갖고 태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니 독자가 책을 집어 들어 첫 문장을 읽고, 다음 줄, 또 다음 줄을 지나 마지막 장까지 덮도록 만드는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물론 이야기의 역사 만큼이나 작법의 역사도 오래된 만큼, 세상엔 작법서가 많고 심지어 인터넷 검색 몇번 만으로도 '비급'같은 이야기의 기술을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인 작가(특히 1작품이라도 완결을 내본)라면 이 책,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를 일독하라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작가에 대해서가 아니라, 바로 독자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가는 스스로 독자이긴 하지만, 불행히도 제 글에 관해서는 '독자로서의 자아'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당신이 까맣게 잊어버린 '독자'의 시선을 기꺼이 제공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독자가 끌리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독자가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어떤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 지, 어떤 주인공을 사랑하게 되는 지, 어떤 즐거움을 느끼면서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지, 또 어떤 장벽을 만났을 때 책을 덮어버리는 지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알려 준다.
그리고 그 주장의 근거가 너무나도 명확하고 설득력이 있어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게다가 이 책은 재미있다. 보통의 작법서라면 지루하고 고루하기 마련이거늘, 읽다보면 필기하는 것도 잊고 푹 빠져들게 된다. 외롭게 집필하는 내내 신인 작가를 괴롭혔던 문제점들을 귀신같이 집어서 알려주니, 마치 당신의 과거이력을 줄줄이 읊어대는 무당 앞에서 홀린듯이 복채를 꺼내는 양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것이다.
특히 한번이라도 완결을 내본 작가라면, 저자의 촌철살인같은 지적에 심장을 부여잡게 될 것이다. 집필하면서 '뭔가 잘못 된 것이 분명한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 혼란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보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아, 그게 문제였구나.'하고.
당신이 만약 '내가 원하는 글을 쓰고 싶은' 작가라면, 굳이 이 작법서를 읽을 필요가 없다. 그냥 원하는 대로 쓰면 된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족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하지만 독자들이 당신이 쓴 글을 읽어주기를 원한다면, 내 '불타는 창작열과 죽이는 아이디어'를 왜 독자들이 외면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분명 당신은 저자가 치밀하게 설계해둔 덫에 빠져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