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끝 바다
닐 게이먼 지음, 송경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오솔길 끝 바다> 이 책을 어떻게 한마디로 말해두어야 할지 몰라 바로 생각나는 단어에 맞춰보기로 했다. 추상적이면서 다소 광범위하지만 '분위기'와 그 분위기를 살려내는 '묘사'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특징을 평범한 단어에서 찾아 판타지 소설치고 특별할 것 없는 표현이 돼버렸지만 '묘하게 살아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읽고 난 후의 느낌을 아리송하게나마 간추릴 수 있다면 나에게만큼은 이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전반적인 분위기, 흐름을 시각적 다른 무엇으로 예를 든다면 애니메이션 '코렐라인'이라 말할 것이다. 생각만큼은 대중화되지 않아 낯선 작품일 수도 있겠지만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3D 입체적 기술의 조합을 관찰하며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서 하나하나 엮인 기발하고 화려한 작가의 상상력에 심취해볼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이 애니메이션의 작가가 바로 <오솔길 끝 바다>의 작가라는 걸 책을 다 읽고 덮을 즈음, '작품해설'을 보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신기한 건, <오솔길 끝 바다> 속에 녹아있는 묘사법은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뛰어나다 하는 그런 느낌이 책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까지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색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애니메이션과 비슷하다 느끼고 있었다는 점(책을 보는 초반부터)이었다. 이러함이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고 엮어내는 방식에도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음침하고 상상하여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 잿빛과 함께 폐쇄적인 느낌이 들지만, 특정 사물과 상황에 대해서는 특이한 색감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묘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리듬이 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존재와 마주치게 되는 캐릭터들의 색깔(성질)은 알고 보면 그다지 크지 않는데도.

 

 

 10년 전 결혼 생활에 실패한 남자가, 장례식을 위해 고향에 방문하고 식이 끝난 후 홀로 드라이브를 한다. 목적지 없이 핸들을 돌리며 차를 몰고 간 곳은 30년 전에 팔린 어린 시절의 집이었고 - 근처 시골 오솔길을 따라 기억 속 장소를 더듬어가며 도착한 곳은 어느 한 농가(책 속: 헴스톡 농가)였다.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존재해 있는 그 농장 안으로 반가움 한 발, 호기심 한 발 내딛으며 들어가게 된다. 그리곤 그곳에서 희미한 기억들이 뚜렷해지는 걸 느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집 뒤, 레티라는 11살 소녀가 '대양'이라고 불렀던 '연못'을 바라보면서.

 

 

집에 하숙하기로 들어오지만 아버지의 차 안에서 홀로 죽은 채 발견되는 오팔 광부의 시작으로, 집 밭에서 발견한 은화와 그 은화와 연관된 듯하지만 알 수 없는 악몽, 어슐러 몽턴 벼룩, 벼룩의 출입통로가 될 수 있었던 웜홀, 모든 존재를 먹어 없애버리는 새떼 등등, 알 수 없고 제대로 형상화하기에는 표현이 마땅하지 않은 존재들의 등장과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나 상황에 대한 추적이 이어진다. 이 과정 중에 어린아이와 어른의 세계에서 공감이 가능하도록 설정해 놓은 부분은, 본인의 책을 읽고 있는 모든 독자에게 작가가 전달해주고 싶어하는 '개개인 회고로 인한 가치탐색'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개인적인 마지막 느낌을 한 가지 더 붙이자면

흥미롭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느낌도 들었다. 상상의 꼬리를 물다 그 기분을 감당하지 못해서 뭔가 균형 있게 엮지 못한 듯..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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