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첫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ㅣ 시소 1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이루어져 있는 『시소 : 첫 번째』는 총 8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8편의 작품 속에서는 여러 화자와 인물이 놓여 있다. 화자와 화자가 만나는 인물들은 또 여러 상황에 놓여 있고, 갈등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갈등에서, 우리는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를 보며, 그것은 곧 여러 갈래로 나뉘어 어떤 식으로든 와닿게 된다. 때문에 읽고 난 후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뒤틀린 몸으로도 사랑은 아름다운(조혜은, 「모래놀이」)”지 나 또한 알지 못하고 있으며, 마음 깊이 반대했음에도 믿고 싶었던 날이 나에게도 있었고, 있을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이 책 한 권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도 있고,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본 작가님도 있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작가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다채로운 상황과 장면으로 내게 강한 여운을 남겼다. 뜻하지 않게 여운을 받은 나는, 두 손 가득 ‘공’을 받게 된 나는 이것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누구에게 패스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기에 마냥 끌어안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래서 슬픈가? 하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

가장 강한 여운이 남았던 작품은 최은영 작가님의 「답신」이었다. 그것은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면 찢어버릴 편지 그 자체였다.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명백하게 있는데도 그것을 전달해 줄 사람은 없는 편지. 그렇기에 내가 더 끌어안아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

있는 일을 없는 일로 두는 것. 모른 척하는 것.

그게 우리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오래된 습관이었던 거야.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결정적으로 힘이 되어줄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방식이기도 했지.

-p.268

​

작품을 다 읽은 후에 나는 생각했다. 만약 이 편지가 어쩌다 우연히, ‘너’에게 닿게 되었다면. 스물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너’에게, 아니면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의 ‘너’에게 이 편지가 닿게 된다면 과연 ‘너’는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이미 길에서 만나더라도 서로 알아보지 못할 관계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너’를 영원히 사랑할 ‘나’에게 너는 과연 어떠한 말이라도, 아주 짧은 한 문장의 답신이라도 보내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남겨진 여운을 감당하려고 애썼고, 머릿속으로 이미 또 다른 소설을 써내고 있었다.

​

모든 작품이 애달프면서 사랑스럽다. 그렇기에 나는 이 작품 안에 있는 화자와 인물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우리’ 또한. 「해벽의 피크닉」을 쓴 손보미 작가님은 장면 하나하나가 재미있으면 좋겠다, 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우리’ 또한 재밌게 「해벽의 피크닉」을 읽었으면 좋겠고, 자라나는 풍경을 곱씹어보며 「영원에서 나가기」를 읽었으면 좋겠고, 수많은 h와 손을 떠올리며 자리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프리 더 웨일」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계절이 ‘우리’의 마음에 닿았으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