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써! CREATE NOW! - 디즈니, 드림웍스, BBC가 선택한 크리에이터 맥라우드 형제의 창작 기법 바이블
맥라우드 형제 지음, 이영래 옮김 / 북드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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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책을 만들었다. 출판한 것은 아니고, 학교에 제출할 졸업작품집을 만든 것이었다. 책 한 권을 만들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다. 디자인 툴 같은 건 다룰 줄 모르는데, 책을 만들라니.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단 생각보단 졸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했던 생각이 더 커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안에 들어갈 원고부터 시작해서 디자인, 제작 과정이 너무도 피곤했다. 다행히 친구가 도와줘 디자인과 제작 부분은 괜찮았지만, 원고만은 오직 내 몫이었다.


소설을 쓰면서 여러 번 막혔다.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이 살아야 하는 세상을 구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캐릭터를 어디에서 따와야 하고, 그에 맞는 세상을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 걸까? 그 캐릭터에게 어울리는 세상이란 무엇일까? 세상도 만들기 힘든데, 도대체 사건은 또 어떻게 부여하는 걸까? 이것은 문예창작학과에 다니는 4년 동안 어렵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수록 오히려 나는 자신감이 떨어졌다.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인다는 게 참 부끄러웠다. 마치 누군가 내 소설을 읽으면 곧바로 나를 간파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보고 싶었다. 그 두려움에서 어떻게든 이겨내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을지 배우고 싶었으니까.


이 책은 참 재미있다. 구성 자체가 독자들이 쉽게, 즐겁게 창작의 세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어있다. 초반부터 괴물을 그려보라는 것도 그랬다. 뜬금없이 왜 괴물을 그려보라는 거지? 괴물에게 이름과 성격도 부여해야 하네? 의아함은 들었지만 이미 나는 볼펜을 들고 망설임 없이 괴물을 그리고 있었다. 처음에 그린 괴물은 토끼였다. 사실 괴물이라기보단 내 오랜 캐릭터였지만.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만들어진 괴물만 벌써 여럿이다. 그것은 곧 내가 책을 읽으면서 만들어낸 인물이 되고, 세계가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말을 봤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말. 공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면 그것은 금세 무거운 ‘일’이 되고, 사적으로만 간직할 것이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또 당연하게도 마음이 편해질 때, 창작이 잘 된다.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그 마음은 곧 ‘즐거움’으로 연결된다.


책을 읽으면서 만든 내 괴물들로 이야기를 한 번 써보려고 한다. 물론 아직은 날 것 그대로이기 때문에 좀 더 갈고 닦아야 하지만, 그래도 괴물들을 둘러싼 세계를 구축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즐거워진다. 그들에게 어떤 옷을 입힐까? 어떤 특징을 좀 더 부여할까? 무슨 성격을 구체화하고, 어떠한 상황 속에 놓을까? 괴물들의 세계. 그 속에 내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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