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내가 초점을 맞춘 건 ‘~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힐 수 없’다는 안데르센의 말이었다. 그렇다. 그는 돈벌이만을 삶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힐 수 없었고, 그렇기에 엘렌의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엘렌의 자서전이 쓰이지 않음으로써, 엘렌의 삶은 불완전한 것, 미완성인 것, 본받지 말아야 하는 것이 되었다. 엘렌의 삶이 마냥 나쁘기만 한가? 엘렌은 실패한 삶을 산 것인가? 동화에는 꼭 ‘착한 아이’의 이야기만 담겨야 하는가?
1장부터 각색되어 나왔던 <빨간 모자>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성냥팔이 소녀>의 주 공통점은 아이들이 착하다는 것이다. 새엄마와 언니들의 구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틴 신데렐라는 결국 왕자를 만나 행복해졌고, 과자 집에서 탈출한 헨젤과 그레텔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 새엄마를 내쫓고 행복한 가정을 맞이했으며,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왕자의 입맞춤과 함께 저주에서 풀렸다. 이중 <성냥팔이 소녀>만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착한 아이라는 것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착한 아이의 모습만을 담고 있는 동화.
오히려 그게 더 어색하고, 이상하고, 판타지적이지 않을까?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라는 책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그래서가 아닐까 싶다. 마냥 착하기만 한 아이 타이틀에서 벗어나 좀 더 성장한 아이가 겪는 이야기. 할머니의 복수를 위해 떠나는 여행길.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가지각색의 이야기 주인공들. 착한 동화 속 착한 아이 이미지를 벗어난, 욕망을 품은 소녀들의 이야기. 그녀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통쾌하기도, 안타깝기도 했다. 동화를 벗어나 욕망을 얻은 그들이었지만, 끝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