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 미조의 시대
이서수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에 실린 작품을 다 읽고서 든 생각은,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는 것이다.

「타인의 삶」에서 아버지의 비밀을 완전히 파헤치지 않고 비밀로 남겨둔 화자처럼. 「만나게 되면 알게 될 거야」에서 서로 원하는 것이 달랐으나 네 사람은 각자의 현실을 열심히 살아갔던 것처럼. 「차고 뜨거운」에서 화자가 어머니의 타인을 깎아내리는 동시에 제 자리를 다졌던 방식 밑에서 자라왔던 것처럼. 우리는 이들처럼 풀지 못한 것을 남겨두기도, 현실에 익숙해지기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기도 하며 살아가 것이다.

처음 부산에서 운전할 땐 울면서 욕하던 서원이가 몇 주가 흐르자 운전에 능숙해진 것처럼.

어머니처럼 되지 않고자, 불행에 안주하지 않고자 발버둥친 화자처럼.

힘들었어도, 수십 번 죽으려 했으도, 끝끝내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살아가는데 각자만의 방법을 터득하면서.

모든 소설이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려내고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대표작인 「미주의 시대」이다. 여성이지만 같은 여성을 학대하는 성인 웹툰을 그리며 돈을 벌고 있는 수영.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트북에 시를 쓰는 미조의 '엄마'. 집을 나가 하루 벌고 하루 살고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행복을 느끼는 장남 '충조'. 그리고 아버지가 남겨둔 5000만 원으로 새로운 집을 구하기 위해 전전하는 '미조'. 이들의 삶이 한데 어우러져 녹아낸 작품인 「미조의 시대」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수영을 보며 그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정작 나도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도 했고. 한때 우울증이 있어 글만 썼던 모습이 미조의 엄마에게서 겹쳐 보이기도 했다. 장남 충조에게 미조는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지만, 한편으론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그에게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고. 그토록 많아 보였던 5000만 원이 '고작'으로 떨어진 것에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이들은 앞으로 살아갈 것이란 생각이 들어 복잡미묘한 심정이 들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행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모든 미조들에게, 나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