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타인들 - 소중한 사람과 더 가까워지는 관계심리학
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이수경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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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 관계는 늘 화두라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과학과 사회, 문화 간의 관계에 대해 연구 및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 생물학 계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소설과 극본도 쓰고 있다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인간 관계에 대해 8가지 이야기로 풀었는데 각 편들이 마치 엽편소설같았으며, 책에서 말하는 친밀한 타인이란 주로 연인관계 혹은 부부관계에서의 대상으로 구성돼 있다.

첫 이야기는 마치 한국과 비슷하게 결혼 압박을 받는 40대 골드미스가 나온다. 가상의 애인까지 만들어 가족에게 둘러대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두번째 이야기는 연애 초반 설렜던 부부가 여러 해를 해로하면서 이런 저런 일을 겪고 완숙한 경지에 이른, 어쩌면 평범한 우리 사회의 부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떤 이야기는 각자 배우자가 있음에도 오랫동안 불륜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가정에 대해서도 충고하는 모습이 있었다. 진화론적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는 이들의 관계에 대해 고찰한 부분이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연인 관계에서 결국은 스스로 바로 서려고 노력하자 긍정적인 관계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밖에 이제 막 관계 맺음을 하는 퀴어적인 이야기도 가치 중립적이고 현실적으로 담담히 서술하였다.

전체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세상 누구보다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연인 및 부부, 가족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그 이면에 자리한 심리적인 작동에 대해 담담한 필치로 모색해 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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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길을 잃는 이상한 여자 -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뇌를 가진 사람들
헬렌 톰슨 지음, 김보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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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에 관심이 있어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특이하고 기이한 뇌와 관련하여 저술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 책 역시 기이한 뇌기능을 가진 9명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책이다. 저자가 영국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인지 주로 영국인의 사례가 수록돼 있다.

9명의 사례 중 특히 흥미를 끌었던 것은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 사람에게서 오라를 보는 남자,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의사 이야기였다.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높은 수준의 자서전적 기억(HSAM)'을 가진 사람으로 자기가 평생 살아온 날짜 모두에 대해 그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특출난 사람이었다. 특이하게도 다른 방면에서의 기억력은 평범하지만 자신에게 국한된 일은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것은 기억을 유지하고 검색하는 능력이 특별한 케이스라 남달랐다. 이 편에 잠깐 소개된, 고대 그리스의 시모니데스로부터 기인한 고대 기억술을 한 번 익혀보면 좋겠다.

사람에게서 오라를 보는 남자는 실제로 오라를 보기보다는 오히려 공감각적 인식으로 사람에게서 어떤 색깔을 느끼는 것에 가까웠다.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의사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신체적 감각을 마치 본인이 느끼듯 한다는 것인데 참 피곤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나름대로 해법도 가지고 있는 케이스였다.

집에서 길을 잃은 여자 편에서는 방향 감각을 자주 잃는 여성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영리하게도 계속 감추면서 살다가 결국 본인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에 혼란을 느꼈고 노년기에서야 자기가 정신 이상이 아니라고 밝혀 준 연구자를 만나 안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체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평생 신경쓰이는 요소가 되고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였다.

전체적으로 특이한 뇌기능을 가진 사람들의 사례와 그 미스테리를 풀려는 연구자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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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 - 성과를 내는 조직 문화의 비밀
랜디 로스 지음, 김정혜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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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직의 매커니즘에 관해 궁금해 읽게 된 책이다. 저자인 랜디 로스 박사는 컨설팅 회사 Remarkable의 창업자이자 뛰어난 조직 문화를 만드는 장인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성과를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조직원들간의 관계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에서 새롭게 와 닿았던 것은 시중에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의 자기계발, 즉 self-help는 혼자만의 역량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타인과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배제하고 있다는 것인데 진정한 성장은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역설한 점이었다. 특히 그 근거 중에 인상적인 것은 유명한 매슬로의 인간 욕구 단계론에서 최고 단계는 자아실현이 아니라 매슬로 자신이 추후 추가한 그 윗 단계로 다른 사람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수준으로 나아간다는 '자아 초월'이었다. 가치 창출자는 타인의 이익과 행복에 이바지하는 자를 말하며, 타인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가치 추출자를 지양하고 가치 창출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한편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나 인적 자원부(human resorces) 같이 구성원을 조직의 자산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동료(associate), 팀 구성원(team member), 인재문화부(office of people and culture)로 명명하여 접근하는 추세를 언급한 점도 흥미로웠다. 책의 상당부분은 리더십에 할애하였는데 진실에 입각하여 행동하고 감정적으로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며 조직원들의 건강한 관계를 중요시하며 성장하도록 돕는 일을 권유하고 있다.

진정한 자아 성장은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며 스스로 가치 창출자가 될 거이며 더 나은 역할을 하기 위해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도록 하고 현실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이 책의 메세지가 크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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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의 오류 - 데이터, 증거, 이론의 구조를 파헤친 사회학 거장의 탐구 보고서
하워드 S. 베커 지음, 서정아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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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관리하고 논문을 정리할 일이 있어 궁금해 읽게 된 책이다. 영어 원제는 간단히 <Evidence>로 2017년 발간된 최근작이다. 저자는 미국의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회학자로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한다. 1928년생으로 무려 23세애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하며 시카고에서 음악인으로 공연생활도 여러 해 했다고 한다.

책은 전체적으로 사회학 분야에서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지, 특히 발생 가능한 데이터의 오류에 관련해서 풍부한 예시와 함께 풀어내었다. 사회학 분야의 연구 방법론으로 역사적으로 정량적인 방법과 정성적인 방법이 있으며 각 방법에 따른 학파의 논쟁과 이견이 있어왔다는 점을 큰 줄거리로 해서 전개하고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은 현장조사, 설문, 면담 등이 있으며 저자는 현장조사를 즐겨하였다고 한다.

저자가 20세기 전반기부터 연구를 했기에 사회학 분야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큰 획을 그었던 연구 방법에 대한 에피소드와 오류들이 풍부히 열거되었다. 특히 물리학의 위상이 과학으로서 지대했던 시대에 사회학 분야도 과학으로 인정받고자 노력하던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다. 어떤 연구는 대중에게 알려진 것과는 달리 어떤 오류로 인해 연구 결과의 분석과 의미가 달라졌다고 하였는데, 설문같은 객관적으로 생각될 수 있는 자료조차도 응답시에 오류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설문자나 면담자들의 태도에 따라서도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설문자나 면담자들에게서 협조를 이끌어 내고 보상을 할지에 대해서도 고찰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또한 신생아의 이름 정보 같은 아주 간단한 데이타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사회학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으며, 데이타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오류 자체도 연구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전체적으로 사회학 연구의 대가가 후학들에게 데이타 수집, 관리, 분석에 있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역점에 대해 알려주는 심도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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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 - 지친 마음을 돌보는 관계 맞춤법
우즈훙 지음, 김희정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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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저명한 심리칼럼니스트니지 카운셀러가 쓴 책이다. 살면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고 평생 유지되는 가족 관계이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다른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는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그런 가족관계를 살펴보고 문제의 근원을 통찰함으로써 건강한 인간관계 형성을 돕기 위한 목적이 드러나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프로이드의 이론을 많이 차용하여 인간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부모-자식관의 관계는 인간관계의 원형으로 연인관계, 부부관계, 그리고 후대 자식과의 관계의 토대가 된다. 책에는 건강하지 못한 인간관계를 여러 가지 사례로 제시하여 이해를 쉽게 돕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애착관계와 분리를 제대로 겪지 못한 사례가 많이 나오는데, 이러한 관계로 인해 연인이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르지 못하고 과거의 상처를 재경험하게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상처받은 내면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저자는 중국의 가족관계 특징을 주로 분석했는데, 교육열 높고 가부장적인 가족관계라는 공통점이 있어 한국의 상황과 비슷한 면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지금의 인간 관계가 힘들다면 그 근저에 가족 관계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관점에서, 혹은 가족 관계 자체가 힘들어도 이해를 얻기 위해 읽어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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