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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길을 잃는 이상한 여자 -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뇌를 가진 사람들
헬렌 톰슨 지음, 김보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2월
평점 :
뇌과학에 관심이 있어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특이하고 기이한 뇌와 관련하여 저술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 책 역시 기이한 뇌기능을 가진 9명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책이다. 저자가 영국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인지 주로 영국인의 사례가 수록돼 있다.
9명의 사례 중 특히 흥미를 끌었던 것은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 사람에게서 오라를 보는 남자,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의사 이야기였다.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높은 수준의 자서전적 기억(HSAM)'을 가진 사람으로 자기가 평생 살아온 날짜 모두에 대해 그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특출난 사람이었다. 특이하게도 다른 방면에서의 기억력은 평범하지만 자신에게 국한된 일은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것은 기억을 유지하고 검색하는 능력이 특별한 케이스라 남달랐다. 이 편에 잠깐 소개된, 고대 그리스의 시모니데스로부터 기인한 고대 기억술을 한 번 익혀보면 좋겠다.
사람에게서 오라를 보는 남자는 실제로 오라를 보기보다는 오히려 공감각적 인식으로 사람에게서 어떤 색깔을 느끼는 것에 가까웠다.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의사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신체적 감각을 마치 본인이 느끼듯 한다는 것인데 참 피곤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나름대로 해법도 가지고 있는 케이스였다.
집에서 길을 잃은 여자 편에서는 방향 감각을 자주 잃는 여성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영리하게도 계속 감추면서 살다가 결국 본인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에 혼란을 느꼈고 노년기에서야 자기가 정신 이상이 아니라고 밝혀 준 연구자를 만나 안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체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평생 신경쓰이는 요소가 되고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였다.
전체적으로 특이한 뇌기능을 가진 사람들의 사례와 그 미스테리를 풀려는 연구자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흥미로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