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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엄마가 먼저 알아야 할 최상위 공부법 - 2032~2033 AI가 채점하는 서·논술형 입시가 온다
오주연.김지예.김현아 지음 / 한빛비즈 / 2026년 3월
평점 :

요즘 회사에서 업무 중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성형 AI를 돌린다. 복잡한 기획안 초안부터 데이터 플로우, 필요한 발표 자료까지 뚝딱 만들어낸다. 심지어 파이썬의 '파'자도 모르는 나에게 코딩까지 도와주는 든든한 과외 선생님이기도 하다. 덕분에 업무 생산성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직 상승 중이지만, 퇴근길 지하철에서 묘한 서늘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한때 성행했던 코딩도 AI를 이용하면 불과 수분 만에 만들어 내고, 창조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음악, 미술 등)마저 AI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시대다." (p.83)
이렇게 날이 갈수록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데 내 밥그릇은 과연 언제까지 안전할까? 내 앞가림도 벅찬 와중에, 문득 주말에 놀러 와 게임만 한다고 혼났던 초등학생 조카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레고 조립을 좋아하고 한창 호기심 많을 나이. 지금 내가 피부로 느끼는 이 압도적인 기술의 해일이 조카가 사회에 나갈 때쯤엔 얼마나 거대해져 있을까? 지금 받아쓰기나 수학 문제 몇 개 틀렸다고 혼낼 때가 아닌데 말이다.
'대체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동생 대신 찾아보고자 고른 책이 바로 《AI 시대 엄마가 먼저 알아야 할 최상위 공부법》이다.
책을 읽는 내내 회사에서 실무자인 내가 느끼던 위기감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교육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어 무릎을 탁 쳤다.
정 교수는 “'옆집 아이보다 높은 점수 받아 오는 아이'를 기르는 게 목표가 아니라, ‘AI의 도움을 받아 옆 친구와 함께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아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략) 따라서 우리 아이들에게 던질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A에 대해서 알고 있니?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찾아 모아서 정리해 봐”가 아니라, “A에 대해 인터넷에 없는 네 생각을 얘기해 봐”라고." (p.21)
주입식으로 지식을 암기하고 5지 선다형에서 정답을 찾는 기존의 교육은 이미 수명이 다했다는 것이다. 그런 건 AI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일이니까. 그렇다면 AI가 지식과 데이터 처리를 다 대신해 주는 시대에, 우리 조카가 가져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 책은 단호하게 '문해력'과 '독서'를 꼽는다.
"AI 시대에 필요한 건 깊이 있는 사고력,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복합적인 판단력인데, 이건 시험 대비 문제집으로 길러지지 않습니다. 저는 그 핵심이 ‘독서’에 있다고 봅니다." (p.100)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를 넘어, AI가 던져주는 방대한 재료와 정보를 읽고, 해석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조합하는 능력. 결국 기획자인 내가 실무에서 AI에게 얼마나 '좋은 프롬프트(질문)'를 던질 수 있느냐 고민하는 것과 완벽히 같은 맥락이다. 특히 책의 중반부에서 가장 소름이 돋았던 문장이 하나 있다.
“AI는 가장 통계적으로 적절한 문장을 내놓지만, 인간은 가장 자기다운 문장을 쓴다”고 말이다. 수·과학 영재가 알고리즘을 설계한다면, 인문·문예 영재는 그 알고리즘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고 서사를 부여한다." (p.257)
에이전틱 AI가 아무리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여도, 결국 그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줄 것인지 서사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조카가 앞으로 코딩 학원을 뺑뺑이 도는 것보다, 책을 읽고 낙서라도 좋으니 자신의 생각을 끄적이는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당장 집에서 육아에 치이는 내 동생은 어떻게 이 교육을 실천할 수 있을까? 책은 아주 현실적이고 트렌디한 꿀팁을 제시한다. 집안일과 회사, 육아까지 해야 하는 부모가 아이가 읽은 책을 모두 숙지하는 건 사치이니, 챗GPT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p.143).
엄마가 책 내용을 다 외워서 질문할 수 없으니, AI에게 "아이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었는데, 정서적 확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 줘"라고 시키면 된다. AI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아이의 사고력을 확장시켜 주는 '최고의 보조 교사'로 부모가 먼저 활용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을 덮고 나니 조카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조금은 걷히는 기분이다. 단순히 'AI 툴 다루는 법'을 외우는 게 아니라, 어떤 기술이 나와도 흔들리지 않을 생각하는 힘과 나다운 서사를 기르는 것!
이번 주말 동생네 집에 갈 땐, 조카가 좋아할 만한 레고 장난감과 함께 이 책을 슬쩍 내밀어야겠다. 나 역시 완벽한 척하는 AI의 기획서에 묻어가지 않고, 나만의 의미를 담아내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 더 치열하게 읽고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고마운 책이다. 자녀 교육에 고민이 많은 부모님들은 물론,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