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지, 개미지옥
모치즈키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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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모치즈키 료코의 이전 소설을 읽은 사람과 처음 읽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점이 상당히 다를 것 같다.
나는 처음 읽은 사람인데,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혼자 놀라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쓰면 너무 스포라 고민이 되는 소설. 그래서 이 소설을 아직 접해보지 않았다면 일단 먼저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소설은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다른 요시자와 스에오와 하세가와 쓰바사라는 두 인물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프리랜서 기자 가베 미치코 시점에서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이 이야기의 큰 줄기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보는 시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부분은 가베 미치코의 역할.

등장인물 소개 순서도 그렇고 프롤로그가 강렬해서 주인공이 스에오인 줄 알았는데 미치코였다는 점, 소설 중간 정도까지 남자인 줄 알았던 미치코가 여자였다는 점은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을 차치하고 놀란 점이다. 미치코라는 이름이 보통 여자이름인데 이름에 대한 편견이 너무 없었던 건지, 아니면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모치즈키 료코의 소설을 이미 읽었다면 가베 미치코 시리즈 중에 하나라는 걸 알았을 텐데 처음 읽은 입장에서는 이도 놀람의 요소. 등장인물의 배치 순서와 여자라고 생각할 수 없게 전개된 인물 묘사를 보며 굉장히 세심하게 쓰인 소설이라고 느껴졌다.
이런 세심함은 소설 전반에 걸쳐 읽는 사람이 이야기 속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한다. 특히 소설 속 인물 중 스에오에 대한 묘사를 보면 '다른 사람의 품으로 파고드는 힘, 사람을 믿는 힘, 자신을 믿게 하는 힘'을 가졌다고 하고, 실제 주변인물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는데 이것은 단지 소설 속 주변인물들 뿐만 아니라 독자들까지도 그에게 동화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한 태어나고 자란 환경에 따른 인생이 절망과 희망이 반복되며 전개되는 과정 역시 단순히 추리소설이라고 볼 수 없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 출생지, 개미지옥 이라는 제목이 너무 완벽하게 들어맞는 소설이다. 소설의 결말을 보면서 개인의 의지로는 이런 환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씁쓸해지는…

형사보다 더 예리하고 담담하게 사건을 파헤치는 가베 미치코의 시선 덕분에 요시자와 스에오와 하세가와 쓰바사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범인이 누구인지 계속 추리해보는 재미가 있다. 재미있게 다 봤는데 가장 압권이자 뒷통수를 치는 부분은 맨 마지막에 가베 미치코와 살인자가 나누는 대화. 생각지도 못했던 요소들이 소설 중간중간에 퍼져있고 그 조각을 맞춰 범인을 추리하는 가베 미치코의 실력에 감탄하고, 이 소설을 쓴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게 되는 지점이다.  

'Prologue, 1장, 2장, 3장, 옮긴이의 말'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곳이 하나도 없다. 옮긴이의 말까지 열심히 읽었는데 이 소설에 대해 아주 제대로 설명이 되어있다. 이 소설이 가베 미치코 시리즈 중 하나라는 것도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 인지했고, 모치즈키 료코의 소설을 좋아하는 것이 느껴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독자에게 더 잘 전달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사건의 소재보다 인물과 자라온 배경에 대해 더 관심이 가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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