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원고 두 번째 원고
함윤이 외 지음 / 사계절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읽게 되었다. 22년 신춘문예 당선 작가들의 <두 번째 원고>. 

표지에 있는 단편들의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고, 제목만 보고 상상했던 내용과 다른 전개에 각 편마다 읽고 나서 제목을 다시 찾아보고,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과정이 즐거웠다.

 

한국적인 미신과 관습을 가지고 스토리를 구성한 '규칙의 세계'.

처음에는 미신을 희화화 시킨 재미있는 글이라 생각했고, 중간에는 미신을 모티브로 한 호러 장르 같아서 긴장됐고, 끝은 어쨌든 보는 사람의 마음이 편해지게 맺음 되어 단편 소설이지만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알 법한 다양한 미신과 그에 따른 속설을 바탕으로 하나의 멋진 단편 소설이 완성된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고 제목은 규칙의 세계지만 왠지 '규칙'이라는 단어가 반어법처럼 들리는 건 왜 인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합리화하는 자들의 무서움이 느껴진 '알리바이 성립에 도움이 되는 현대문학 강의'와 '꿈과 광기의 왕국'.

각각 다른 작가의 글인데 보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두 소설 모두 직,간접적인 살인 고백을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인정, 그걸 부정 당하거나 또는 가치관에 반한 것들을 보았을 때 자기 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합리화하고, 자기는 잘못이 없고 상대방을 탓하며 책임을 전가를 하는 과정에서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본 것 같다.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평범한 사람들이의 시선이라 소설이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섬뜩한 것 같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보니 제목도 섬뜩하다. 

 

'긴 하루'는 제목이 가진 의미가 무엇일지에 대해 이리저리 더 생각해 본 소설이다.

살아 온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하루를 역설하는 것도 같고, 매일매일과 같은 하루지만 갑자기 각성하듯이 부정적인 감정(주변상황의 변화,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삶이 사회에서 불필요해지는 것 같은 느낌, 예전과 달라진 기억력 등)과 부정적인 감정에 이입해 죄의식을 느끼게 되는 상황과 죄의식을 털어버리려는 듯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하루의 감정과 과정이 주인공에게는 너무 길게 느껴진 하루 같기도 하다. 언젠가 나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엿본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다.  

 

'태엽은 12와 1/2바퀴'

시간을 맞추려면 12바퀴가 딱 맞아야 하는 하는데 1/2 바퀴가 더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딱 맞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등장인물인 늙은 사내가 결혼하고 신혼여행으로 왔던 여관을 늙어서 다시 방문하고, 괘종시계를 보며 그때는 시계처럼 살 줄 알았는데, 그 때 시계가 안 맞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지라고 웃는 모습에서 1/2만큼 더 돌아가는 태엽처럼 그런게 쌓이고 쌓여서 인생이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른 5인의 작가가 쓴 5편의 글인데, 왠지 모르게 하나로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드는 <두 번째 원고>. 

꿈보다 해몽이라고 작가들이 의도한 것과 같은 것을 느낄 수도, 다른 것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5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글은 <두 번째 원고>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