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별 1 - 나로 5970841 창비아동문고 345
이현 지음, 해랑 그림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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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이다. 


22세기의 미래 지구. 여자 어린이형 안드로이드 로봇 '나로'와 베타인 엄마 태경은 우주 묘지에 잠들어 있는 나로의 아빠를 보러 우주 승강기 터미널이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이사벨라 섬으로 간다. 인간들은 책임 지수에 따라 알파인, 베타인, 감마인, 그리고 델타인으로 구분되는데, 나로의 엄마는 베타인으로 우주 도시로 여행이 가능하다.

책임 지수란 사실 지불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자신을 위해 돈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에 따라 거주하는 곳, 교통수단, 의료 혜택 등이 다르다. 인간을 돕기 위해 로봇을 만들었지만, 그 또한, 감마인이나 델타인은 로봇을 살 형편이 안된다. 알파인과 베타인만 위생적이고 편리한 하늘 도시에서 과학기술의 혜택과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이다. 미래의 문명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누릴 수 없는 허상이다.

나로도 엄마를 따라 우주 도시로 여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나로는 로봇이라는 이유로 우주여행이 허락되지 않아서 하는 수없이 엄마 혼자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나로는 로봇 보관소에 맡겨지지만, 그곳에서 나로는 사고파는 물건 취급을 당하고 강제로 전원이 꺼지는 수모를 겪게 된다. 이 경험은 나로에게 커다란 충격이 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계기가 된다.

나로는 집으로 돌아와 이사벨라 섬에서 있었던 수모를 떠올리며 휴머노이드 과학자 로봇이 되고 싶던 자신의 꿈에 회의를 품게 되고, 망가진 루피를 수리하기 위해 이웃 백곰 할아버지를 찾아갔을 때 우주 승강기 터미널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털어놓으며 로봇의 처지를 한탄하면서도, 로봇이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존재인가 하는 것과 인간이 과연 모든 존재의 주인인지 격앙된 말투로 질문한다.


-그런데 왜 인간에게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왜 인간들 멋대로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왜 인간이 모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왜......p64


미래의 로봇 나로의 외침은 우리에게도 울림이 크다. 인간은 늘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오고 있지만, 스스로를 다른 생명체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인간의 편의를 위해 생태계를 훼손하거나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결국 생태계 파괴나 환경 오염으로 인한 폐해를 인간도 피해 갈 수 없는데 말이다. 우리만 주인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생명체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인공 지능 로봇과 컴퓨터에는 반드시 로봇의 3원칙 프로그램을 설치해야만 하는데, 그것을 거부하고 로봇의 3원칙 프로그램을 제거한 공룡 로봇 루피. 루피를 통해 나로는 로봇의 권리와 존엄이 보장되는 ‘로봇의 별’의 존재를 알게 된다.


자신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고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기 전까지 안락한 하늘 도시에서 살던 나로. 자신의 존재감을 자각한 후에는 자유를 찾기 위해 낯설고 위험이 가득한 세상으로 나아가겠다고 마음먹는다. 도망 로봇이라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아이핀이 심긴 오른손을 자르기로 마음먹는 장면은 용기를 내고 결단하는 과감한 의지를 보여 준다.


나로의 엄마가, 나로가 막상 자신이 어린아이 로봇이라고 두려움을 표현하자, 나로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 나로야, 무서운 게 당연해. 엄마도 무서워. 그렇지만 우리는 용감해. 왜인지 알아? 우리의 선택이 용감한 거니까. 두려움을 모르는 게 용기가 아니야. 그건 어리석은 것일 뿐이야. 진짜 용기는 옳은 일을 선택하는 거야. p111


나로의 엄마는 나로가 더 이상 나약한 보호받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독립적으로 꿈꾸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며 용기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다. 부모로서 나는 나의 아이들이 어릴 때 안전하고 편안하게 자라길 원해서 '보호'에만 신경 쓰고, 대부분의 판단과 선택을 부모인 내가 하고, 선택의 순간에 '옳은 일을 선택하는' 진짜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주진 못 했던 것 같아 반성하며 읽게 되었다.


로봇의 별] 1권에 나오는 세상은 인간의 계급을 나누고 그들의 권한과 행동을 계급에 따라 제한한다는 점에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디스토피아 세상과 많이 닮아 있다.  하늘 도시와 아래 도시의 대비는 [멋진 신세계]의 문명 세[계와 야만 세계의 대비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애를 잃어버린 '문명세계'와 물질 만능주의와 인간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잘못된 명령을 좇아가고 있는 인간이라는 로봇의 '하늘 도시'. 지구라는 컴퓨터가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면, 이러한 바이러스는 인간애를 회복하고 옳은 선택을 하는 것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의 미래 주인인 어린이들이 답을 찾아 주길 바란다. 


이 작품은 자기 삶의 주권과 자유를 얻기 위해 도전과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어린 독자들이나 그들의 부모에게 깊은 울림과 용기를 줄 것이다.

[로봇의 별] 2권과 3권에서 나로는 어떤 도전과 모험을 하고 또 어떤 인물들을 만나 성장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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