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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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야코포 로멜리 추기경단 단장은 갑작스레 교황의 선종 소식에 급히 성녀 마르타의 집을 찾는다.
교황의 마지막 공식 일정과 사망 시각 등을 확인하고 언론에 공표하며 로멜리는 추기경단의 단장으로서 자신이 다음 교황 선출 과정인 콘클라베를 담당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다.
현재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는 4명, 교황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으로 언론플레이에 능하며 능구렁이 같은 트랑블레 추기경, 현 국무원장이자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 벨리니 추기경,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최초의 흑인 교황이 될 것이라 예상되는 아데예미 추기경, 나이가 가장 많고 5개 국어를 하면서 전 교황을 향한 비난을 꾸준히 해왔던 테데스코 추기경이다.
모든 선종 관련 공식 행사가 끝나고 드디어 새로운 교황을 뽑기 위해 모든 추기경들이 한곳으로 모인다.
콘클라베 직전, 교황의 선종을 처음으로 목격했던 보자니아크 대주교가 술에 취해 바쁜 로멜리를 찾아와 고해성사를 청한다.
폭탄 같은 고해성사로 충격에 휩싸인 로멜리 앞에 이번에는 명단에 없는 118번째의 추기경 베니테스가 등장한다.
네 명의 권력 다툼 속에서 이어지는 돌발 상황들로 인해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는 콘클라베, 과연 새로운 교황이 될 자는 누구인가.

교황이 누가 될 것인지 예상하다보면 그 길 속에 자꾸만 원치 않은 정보가 끼어든다.
한 마디로 too much information, tmi들이다.
한 명이 우세하다 싶으면 꼭 그를 무너뜨릴 치부가 공개되어 새로운 이가 급부상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표는 요동치고 콘클라베는 여덟 번째 투표까지 이어진다.
평균적으로 다섯 번째 투표 정도면 판가름나던 선거가 도통 쉽게 결론나지 않고 연거푸 검은 연기만 피워대는데 내부 사정은 물론이고 수도원의 바깥 상황마저 심상치가 않다.
과반수인 80표를 넘기며 지도자가 될 자, 규율을 어기고 서로를 깎아내리며 서고자 하는 자리, 콘클라베 과정을 밀착 취재하듯이 상세히 보여주면서 교황이 될 사람이 누구인지 계속해서 묻는다.
비리를 저지른 자가 교황이 될 수 있는가, 혹은 치명적인 과거에 발목잡힌 자, 혹은 진실을 외면하는 자, 혹은 스스로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자는 교황이 될 수 있는가, 그런가 하면 터무니 없는 약점을 지닌 자는 과연 교황이 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교황 선출 선거 회의를 뜻하는 ‘콘클라베’는 바티칸 혹은 교황청을 다루는 소설들에서 드물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소재인 것 같다.
내가 처음 콘클라베라는 말을 접한 건 아마 <천사와 악마>였을 거다.
한 데 묶자면 <궁극의 아이>, <불로의 인형> 혹은 댄 브라운과 김진명의 소설들, 더 나아가자면 <무한의 책>까지.
읽고 나면 발 끝부터 묵직하게 올라오는 감정에 좌우되는 이야기, 그 스펙터클함에 맛들이면 한도 끝도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들,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즐겨 읽을 때가 있었다.
요즘은 워낙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가 점점 손이 덜 가는 장르다.
찾아 읽기는 조금 멀지만 그래도 또 읽는 재미는 확실한 책들.
책을 읽기 전 작가 소개에서 영화 ‘일루셔니스트’의 원작 작가라는 말을 보고 놀랐다.
예전에 학교 교실에서 엄청 재밌게 봤던 영화였는데 원작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 이후로도 영화 채널에서 가끔 발견할 때마다 시청했을 만큼 좋아하는 영화인데 뜬금없이 여기서 등장하다니 정말 반가웠다.
약 90퍼센트까지만 예상 가능했던 이야기, 왠지 모르게 ‘일루셔니스트’와도 겹쳐 보인다.
어쩌면 아주 생소한 소재를 파고드는 과정인데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져서 좋았다.
전혀 어렵지 않고 또 마냥 무겁지도 않은 딱 읽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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