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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소나타 ㅣ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11월
평점 :
4.7
미코시바 레이지는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며 주로 죄질이 나쁜 사람들의 국선 변호를 자처하는 변호사다.
경찰 내부에서는 중형을 받아야 할 범죄자들을 너무도 유능하게 변호해 풀어주는 것으로 유명하고 범죄자들 사이에서는 실력은 확실하나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야기는 자신의 트렁크에 실은 시체를 미코시바가 유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체 유기 도중에 자신의 지난 살인에 대해 떠올림과 동시에 다음 장면에서 한 사기꾼에게 3억엔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뜯어내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미코시바라는 인물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강가에 던져진 시체는 사이타마로 흘러와 히포크라테스 시리즈에 등장했던 고테가와와 와타세 반장이 사건을 맡아 연작의 포문을 연다.
기자들로 인해 피해자의 정체가 기자 출신의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사진으로 약점을 잡아 공갈 협박을 일삼았던 가가야라는 것이 밝혀지고 그가 마지막으로 쫓고 있던 보험금 살인 사건에 자연히 이목이 집중된다.
도조 미쓰코가 보험금을 노리고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던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의 특이점은 아들이 뇌성마비로 인해 왼쪽 손 이외의 전신이 마비된 상태라는 것.
아들의 병원비와 최근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남편이 무리하게 공장을 자동화한다고 빚을 지는 바람에 돈이 급한 상황에서 남편의 사망 일주일 전에 가입된 생명보험으로 인해 미쓰코의 혐의는 거의 확실시되고 있었다.
겨우 항소심까지 끌고 왔던 변호사가 건강 상의 문제로 사퇴하고 그 자리를 미코시바가 자진해서 맡게 되며 사건은 조금씩 뒤집히려 한다.
한편 고테가와는 가가야가 가장 많이 접속한 인터넷 페이지가 23년 전 시체 배달부라 불렸던 소년 살인범 소노베 신이치로의 사진임을 발견하고, 가가야가 마지막으로 관심을 갖던 도조 미쓰코 사건의 변호인인 미코시바 레이지가 그 소노베 신이치로와 동일인임을 알게 된다.
가가야 살인사건과 보험금 살인사건, 2개의 살인사건을 통해 미코시바 레이지라는 인물에 대해 깊숙이 파고드는 이야기다.
싸이코패스라고 불러도 좋을 괴물이었던 소년이 어떻게 변호사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후반부에 이르러 보여주려는데 또 다른 괴물을 등장시켜 바로 시점을 옮겨 버린다.
과연 변호사의 탈을 쓴 괴물인지, 혹은 성공적인 감화의 표본인지 계속해서 교란시키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결국 요지는 범죄자는 과연 갱생할 수 있는가다.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 인간이 교화되어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며 살 수 있을까.
너무나도 어려운 이야기를 또 태연스럽게 꺼내어 놓는다.
그 과정에서 주목되는 사연, 예를 들면 사유리 같은 인물의 이야기는 뻔하지만 꼭 등장할 법도 한데 결코 그 이후로 나오지 않는다.
소년원을 나올 때 하고 싶었던 말은 또 어떻고, 결말은 말해 뭐할까.
정말 감탄스럽게 잘 치고 빠진다.
어쩌면 자칫 샛길로 뻗을 지 모르는 이야기를 칼 같이 끊어내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며 호통치듯 단호하게 막을 내린다.
거침없이 나가는 이야기는 결코 주저하는 법이 없다.
모자라는 듯해 보여도 절대 부족하지 않다.
아주 정교하게 조각된 이야기, 더 손 댈 곳이 존재하지 않는 그 자체로 완벽한 작품이다.
처음 <살인마 잭의 고백>을 읽었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의 감동은 없었는데 총 4권의 책, 읽을수록 놀랍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작가 이름을 외우지 못해서 그 작가가 쓴 책인 것도 모르고 빌려왔지만 이제는 확실히 각인되었다.
다른 책들이 또 궁금해진다.
중간에 잠시 책을 덮었을 때 다음 장이 넘기고 싶어 안달할 정도로 재밌었던 책이었다.
정말,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