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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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무얼 기대했는지는 이미 잊었지만 기대하던 책이었다.
짧게 감상만 쓰면 그 느낌만 남을 뿐 책의 알맹이는 다 날아가버렸구나 뒤늦게 깨닫고선 길게, 최대한의 글을 남기자 생각했었다.
단순히 무슨 책들을 얼마큼 읽었는지에 더해 더 이상 좋았다, 나빴다로만 책을 기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 이야기가 없는 책이다.
은연 중에 학교 앞의 추억 속 문구점 같은 느낌을 바랬는 지도 모른다.
웹툰 <미스 문방구 매니저>같은 유쾌함까진 아니어도 <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정도의 소소하면서도 정감가는 이야기를 원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가마쿠라의 츠바키 문구점에서 선대인 할머니에 이어 대필업을 하는 포포의 이야기.
대필을 부탁하러 오는 사람들의 사연과 편지 내용이 에피소드처럼 풀려나오고 그 사이에 포포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여름부터 시작해 이어지는 사계 동안 전체적으로 아주 조용하고 잔잔한 일상들이 책을 채운다.
가업을 물려받게 하려고 어린 포포에게 강압적인 교육을 시킨 할머니에게 점차 반감을 품게 된 포포는 결국 엇나가면서 집을 나가 외국을 떠돌게 된다.
할머니의 죽음 이후 다시 돌아온 츠바키 문구점에서 할머니의 자취를 쫓으며 포포는 홀로 마음을 정리한다.
대필업이라는 소재 자체도 그리 와닿지 않고 인물들의 감정 역시 밋밋한 이야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만 같다.
대필로 지어낸 편지의 내용들도 썩 잘 쓴 것 같지 않고, 갑자기 모두 친구가 되어버리는 사람들과 뜬금없는 러브라인은 완전한 자기들만의 세계로 이야기를 끌고 가 버린다.
마지막에 덧붙여진 포포의 손편지들과 중간중간 대필을 위해 편지지와 펜, 우표 등을 고르는 장면들이 그나마 제일 마음에 든다.
나는 이 책에서 그들에게 전혀 동화되지 못하면서 끼어들 틈만 호시탐탐 노리다 끝끝내 홀로 남겨지고야 말았다.
때론 잊히는 게 나은 책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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