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다나카 겐이치의 우울
가와사키 소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3.0
반년 전 누군가가 밟은 지뢰로 인해 경찰청 내부에서 대규모의 인사이동이 일어났고, 외사과에 근무하던 다나카 겐이치는 불시에 시고쿠 촌구석의 경찰서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이리저리 휩쓸리는 성격이지만 공부만은 잘해서 그저 주변에서 하는 대로 따라오다보니 도쿄대를 졸업해 국가공무원 시험을 통과해 경찰청까지 오게 되었다.
평범한 관료인 채로 해외 출장비 산정 개정 시안 같은 걸 담당했을 다나카는 하필 관내에서 살인사건이 2건이나 발생한 지금 경찰서장으로 부임해 들개 같은 현직 형사들 사이에서 주눅들어있다.
15년 전 일어났던 1건의 살인 또한 동일범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져 수사 본부는 한층 심각한데 취미인 프라모델 이외엔 아무 생각이 없던 다나카는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은 혼잣말로 주임 수사관 교체를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그 이후 자신도 모르게 사건에 계속해서 개입하게 되고 조용히 1년만 지내다 가려는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다나카는 연이어 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경찰서의 영웅이 되어간다.

주인공이 무슨 말을 내뱉든 찰떡같이 알아듣고 혼자 실마리를 찾아 사건을 해결해가는 부하로 인해 얼떨결에 영웅이 되는 이야기, 한 편의 시트콤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시골 변두리의 작은 경찰서에서 연쇄살인, 테러, 절도품 국외반출, 연쇄방화 같은 엄청난 사건들이 줄지어 터지고 심지어 주인공의 남동생은 어마어마한 신부를 맞이해 피로연 자리에서 무장 괴한의 인질극까지 만나게 된다.
프라모델과 연결해 한 편씩 진행되는 사건들은 그 규모에 비해 너무나도 쉽게 해결되어 버리고 모든 공은 역시 주인공에게 돌아간다.
다만 그 사건들을 겪고도 주인공 머릿 속에는 프라모델 밖에 없는 건 변하지 않고, 결국 사건 해결은 모두 들개들의 몫이다.

너무 말이 안 되니까 장난 같게만 느껴진다.
표지랑 속지가 신선해서 좋았는데 내용은 딱 어린이들이 보는 만화 같다.
각 에피소드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범인의 혼잣말도 유치하게만 느껴지고 꽃을 든 여자만 보면 살의를 느끼는 범인 같은 설정도 웃기기만 하다.
표지가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꼭두각시 노릇만 하는 주인공을 제대로 그린 듯도 하다.
아무튼 <바봇>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표지 디자인만 보고 골랐다가 낚인 셈이다.
그리고 내용의 부족함을 떠나 결정적으로 일본 해군 군함 프라모델을 소재로 한 책이라 별로였다.
2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활약을 했고 침몰했고 하는 배의 역사를 줄줄 읊으며 그 모형을 조립하는 꼴이라니 참 뻔뻔하기 그지 없다.
책의 감상을 적을수록 자꾸만 감정을 섞어 불만만 늘어놓는 것 같아서 자제하려 했는데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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