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린의 전쟁 같은 휴가
벤 파운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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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빌리는 이라크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브라보 분대 소속 군인이다.
알안사카르 운하의 영웅이라 불리는 그들이 그곳에서 동료인 브룸 하사를 구하려던 모습은 폭스의 종군 기자를 통해 전국에 방영되었고, 그 결과 2주 간의 승전 여행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 온 상태다.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연락하며 계획을 타진해오던 영화 제작자 앨버트는 여행을 줄곧 함께 하며 영화에 대해 조금씩 구체적인 실행안을 흘리며 팀원들의 사기를 증진시킨다.
워싱턴에 가 부시 대통령과도 만났고, 미국의 가장 큰 축제라고도 할 수 있을 슈퍼볼에도 참석해 하프타임에 데스티니스 차일드, 즉 비욘세를 만날 기회도 생겼으며 부자건 가난하건 온 국민이 자신들을 향해 응원과 감사의 메시지를 보낸다.

교통사고가 나 크게 다친 누나를 버린 약혼자의 차를 부수고 그를 위협했기 때문에 빌리는 졸업을 앞둔 학교에서 쫒겨 날 뻔 했지만 졸업식에 참여할 수 없고 군인이 되어 전쟁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벌금을 내고 중형을 면했다.
그렇게 전쟁터로 온 19살의 빌리를 다임 하사는 양아치라 괴롭히기도 했지만 빌리의 사연을 알고, 또한 그 날 이후로 편애라 해도 좋을 만큼 빌리를 아낀다.
뛰어난 리더인 다임 하사를 주축으로 팀으로 오기 전 폭격으로 인해 청각을 거의 잃은 전쟁 영웅 맥 소령, 홀리데이 하사, 어보트, 사이크스, 로디스, 맹고, 빌리, 중상을 입은 레이크와 전사자 슈룸까지 전부 브라보 팀이었다.

적군의 손에 들린 슈룸을 구해내려 빌리는 먼저 뛰쳐나갔고 후에 레이크의 잘린 두 다리를 발견한 것도 그였다.
온갖 화려하고 편하고 좋은 것들만 가득한 미국에서 빌리는 문득 문득 지독히도 열악한 이라크를 떠올린다.
고향집에 가 가족들과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으로 빌리는 편안해졌지만 늘 그렇듯 공포에 질린 채 잠에서 깨고, 자신이 그를 군대로 가게 만들었다 생각하는 작은 누나 캐스린은 빌리에게 일시적 제정신을 주장하며 전쟁터에서 도망치라 말한다.
경기가 열릴 텍사스 스타디움에 들어서며 브라보 팀은 관객들과 귀빈들과 만나며 접하면 안 될 것까지 맛보며 성대한 환영을 받는다.
구단주의 들러리로 기자 회견에 참석해 인터뷰를 하고 치어리더를 만나 사진도 찍고 바에서 부자들과 대화도 나눈다.
편법을 동원하며 결코 군대에 가지 않았을, 전쟁을 머리로만 아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들에게 사람을 진짜 죽였냐는 둥 무식한 질문들과 함께 적군을 부수고 승전하자는 이야기를 인사랍시고 건넨다.
빌리는 슈룸이 했던 말, 마지막 모습 같은 걸 자꾸만 떠올리며 현실과 혼란에 빠지지만 일찍이 연거푸 부탁한 진통제는 계속해서 손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신을 보며 웃어주던 치어리더 페이슨과 이야기하며 가까워지고 관계를 맺으며 급속도로 빌리는 그녀에게 빠진다.
한편 계속해서 탈영을 권유하는 캐스린은 그들에게 빌리의 전화번호를 알려 연락이 오게 만들고, 유명 배우인 힐러리 스왱크가 관심을 가진다던 그들의 영화는 영 진척이 없어보인다.
그렇게 데스티니스 차일드가 공연하는 하프타임의 시간이 다가오고 그들도 하프타임에 참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하프타임, 공연하는 비욘세의 뒤에서 학생들로 이루어진 의장대 주변에 정렬해 서 있는 역할을 맡은 그들이 전광판을 통해 대문짝만하게 전송된다.
쉼없이 터지는 폭죽의 소리로 인해 브라보 팀원은 트라우마에 시달리지만 아무도 그들을 챙겨주는 이 없이 방치되고 빌리는 결코 쓰러지지 않겠다 다짐하며 버텨낸다.
그렇게 악몽같은 하프타임이 끝나고 들어 온 천막에서 공연 장비팀과 충돌해 싸움이 일어나게 되고 다임의 중재로 일은 조용히 마무리되는 듯 했다.
자꾸 자신들을 자극하는 관객을 혼쭐내는 사이 앨버트는 영화 제작을 텍사스의 구단주인 노먼이 맡겠다고 나섰다는 소식을 전한다.
대표로 노먼을 만나 영화에 대해 상의하러 가게 된 다임과 빌리에게 앨버트는 원래 약속했던 계약금 10만 달러가 아닌 5500달러로 시작해 지분을 주겠다는 말을 전한다.

앞서 읽은 <디 아너즈>의 질문으로 그 책이 군인과 관련된 이야기라 짧게 생각했고 같은 종류의 이야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완벽한 군인의 이야기로 보이는 이 책을 골라왔다.
무슨 말을 덧붙이기가 조심스러운 책이다.
말 그대로 전쟁과 군인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에 애초에 할 수 있는 말도 극히 적다.
전쟁과 군대, 결코 멀지 않는 말인데도 어쩌면 그렇게 와닿지 않는지. 이 책은 그런 군인에 대해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을 어떤 감정을 내세운다.
불행하다고 할 수 있을 빌리의 가정사와 그가 느끼는 감정들, 혼란과 그가 보고 듣는 수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주변의 미국인들.
이야기가 주려는 메시지는 스타디움으로 들어서며 명확히 두드러진다.
강렬하지 않은 듯 한데 아주 독한 이야기다.
러브라인 같은 건 왜 넣었는지 의문이 들지만 빌리에게는 그 또한 필요한 존재라고 치자.
번역은 아주 훌륭하고 미국인에 대한 묘사 부분이나 빌리의 감정, 깨달음은 전혀 19살의 그것으로는 보이지는 않지만 매우 돋보인다.
원작의 표지 그림은 군복을 입은 듯한데 새까맣게만 칠해버린 건 조금 아쉽긴 하다.
난 처음에 저 까만 게 모자가 아니라 포마드 머리인 줄 알았다.

아이러니 하지만 읽고 난 후 <소년이 온다>가 떠올랐다.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그 문장이.
본질은 다르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이 책이 그 이야기와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알 수는 없다만.
뭐 아무튼 크게 더할 말은 없다.
그저 이 책의 내용만으로 충분하다.
‘알안사카르 운하의 영웅’이 된 영상에 대한 설명에서 약 10년 전 쯤 보았던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의 작전 영상 하나가 어렴풋이 기억났다.
아마도 같은 영상으로 출발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동명의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이거 입어라, 저거 말해라, 거기로 가라, 그들을 쏴라, 그리고 물론 그다음에는 최후의 궁극적인 명령이 기다리고 있다. ‘전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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