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너즈
팀 클레어 지음, 정지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3.7
1934년 12월 열세 살 소녀 델핀은 화가인 아빠 기디언에게 선물로 준비한 붓을 가지고 기숙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깐깐한 엄마는 아빠를 제일 먼저 보려는 델핀에게 아버지는 아파서 만날 수 없다 말하는데, 불시에 나타난 기디언은 말리는 엄마를 뿌리치며 온갖 가구와 액자 등을 마당으로 가지고 가 모두 불 태우고 델핀은 겁에 질린다.
그리고 1935년 3월 델핀은 성 유스타스 학교에서 동급생을 보일러실에 가두고 불을 낸 혐의로 쫓겨 나 집으로 왔고, 가족들은 아빠의 정신적 치료를 위해 엘더베렌 경의 저택으로 들어가게 된다.

인간의 영구적 개선을 위한 협회 S.P.I.M은 엘더베렌 경의 저택을 거점으로 외국인인 이반 프롭이 치료를 담당한다.
협회의 사람들은 저택에 머무르며 프롭의 치료를 받고 자유롭게 생활한다.
델핀은 처음 엄마를 따라 저택에 온 날, 우연히 클로버 열쇠를 발견하고 방을 뒤지다 비밀 문을 찾아 숨겨진 터널에 들어가게 된다.
어두컴컴한 터널 속을 헤매다 그 끝에서 방과 연결된 널빤지 틈으로 늙은 여인의 방을 구경하고, 다른 방에서 한 노인과 검은 구두를 신은 사람이 영국에 전쟁을 일으킬 거라 이야기하는 걸 몰래 엿듣는다.
검은 구두를 신은 자가 아빠의 치료를 담당하게 된 프롭임을 알게 된 델핀은 홀로 그를 의심하며 계속해서 추적해 증거를 잡으려 하고, 얼마 뒤 프롭과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던 노인이 저택의 주인인 엘더베렌 경임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저택의 사냥꾼인 가포스 씨와 친해지고 그의 일을 도우며 그에게 자신이 총 쓰는 법을 가르쳐달라 청한다.

‘군인이 적의 눈을 바라볼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뭘까?’ 라는 질문에 답을 모르면 가르쳐줄 수 없다고 가포스 씨는 델핀에게 말했지만, 우연히 또 다른 터널을 델핀이 발견하고 커다란 박쥐 같은 괴물을 만난 후로 델핀은 총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
자신의 교육을 위해 엄마가 저택으로 부른 카마이클 교수와 매일 수업을 하며 델핀은 모든 열쇠를 복사하는 등 조용히 프롭의 뒤를 캐고 흰 담비들을 길들이며 가포스가 금지한 터널 탐색을 꾸준히 이어간다.
그러던 중 프롭의 벗인 쿵 씨가 저택에 와 지내게 되고 얼마 후 그가 저택 뒤 바다에 빠지려는 걸 델핀이 혼자 발견하고 아빠인 기디언에게 서둘러 구해달라 한다.
겨우 구출해 낸 쿵 씨는 닥터 랜슬리의 응급 처치와 병원 치료에도 목숨을 잃고, 쿵 씨가 남긴, 표지에 아무 것도 적힌 게 없는 책은 아빠가 가져가고 델핀은 책을 싸고 있던 DELLAPESTE 라는 말이 여러 번 적힌 종이를 갖게 된다.
델핀은 미스 디그루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으며 의지하게 되고, 모든 걸 알게 된 디그루트는 아빠가 가지고 있던 책을 슬쩍 가져간다.
늘 재수없게 구는 닥터 랜슬리 또한 연관되었다 생각해 그의 뒤를 쫒던 델핀은 우연히 엄마가 랜슬리에게 키스하는 걸 보게 되고, 그 이후 랜슬리를 증오하며 그를 산탄총으로 쏘거나 그의 물건들에 죽은 쥐를 넣는다.

9월 11일 여전히 터널을 통해 프롭, 랜슬리, 엘더베렌이 서로 의견 충돌하는 모습을 엿보던 델핀은 순간 랜슬리에게 발각되어 잡히게 된다.
곧장 아빠에게 달려가 구해달라고 요청하는 델핀을 기디언은 프롭이 하는 말이라면 다 옳다 여기기에 딸을 데려가려는 프롭의 말에 따르며 갔다 오라 말한다.
그렇게 잡힌 델핀은 서로를 이간질하며 칼로 랜슬리를 찌르려고 한 바람에 클로로포름으로 기절당한 채 자신의 침대에 묶여 방 안에 갇히게 된다.
정신이 들어 매듭을 겨우 풀어 낸 델핀의 눈에 거대한 박쥐 괴물의 무리가 저택으로 날아오는 것이 보이고, 델핀은 달려 나가 피해야 한다고 모두에게 소리친다.
그리고 저택을 침입한 박쥐 괴물로 인해 죽기 직전의 델핀을 랜슬리가 구해주며 죽기 싫으면 한 방에 목을 노리라 조언한다.
랜슬리와 프롭이 있는 방에서 델핀은 프롭의 부탁으로 그의 누이라는 휠체어에 탄 늙은 여인을 데리고 나가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둘은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간다.
가포스에게 모든 상황을 알리며 저택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총을 받아 든 델핀은 아빠를 구하러 가겠다며 저택으로 들어가고, 가포스는 신사들과 함께 얼음 저장소로 가 뿔을 가진 황소 괴물인 하카와 박쥐 괴물 베스페리와 싸운다.

9월 12일 델핀은 저택에 들어가 엄마를 포함해 베스페리에게 잡혀 있던 인질들을 구출해내고 아빠를 구하러 간다.
한편 아빠인 기디언은 전쟁에서 자신의 동료이자 벗이었던 엘더베렌 경의 아들 아서의 목소리를 들으며 불을 지르고 천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델핀을 따라 온 모두가 총을 갖기 위해 총기실로 향하다 배신한 미스 디그루트에 의해 총을 뺏기고 베스페리의 대장에게 끌려간다.
그곳에는 랜슬리를 죽인 베스페리인 루슬리와 호리호리한 콕스, 콕스를 전령사라 칭하며 가면을 쓴 대장이 서 있었고 디그루트는 대장을 엘더베렌의 아버지인 피터라 칭하며 자신에게 보상을 달라 말한다.
자신을 피터라 부르지 말고, 이야기할 때 전령사가 아닌 자신을 보라 하는 대장은 커다란 벌이 디그루트를 쏘게 만들며 그녀가 명예를 얻었다 한다.
디그루트의 목에 종양이 생기고 그것을 통해 시녀를 만들면 시녀가 대신 고통을 느끼며 자신은 불로불사의 존재가 된다는 설명을 듣게 되고, 디그루트는 저택의 하인이었던 레지에게 종양에서 나온 유충을 먹여 그를 시녀로 만든다.
점점 디그루트의 팔과 다리는 줄처럼 늘어나고 대장은 콕스를 통해 말을 전하며 프롭에게 자신의 아이를 데려오라 하고, 끝까지 저항하는 프롭을 협박하려 엘더베렌 경의 지위를 박탈하고 인질들을 죽이려 한다.
그때 엄마에게 맡겨두었던 잼 통에 담긴 폭탄으로 델핀은 탈출을 꾀하고, 디그루트가 자신을 두고 가지 말라는 말에 흔들리다 우연히 그곳을 찾아 온 아빠를 놓친다.
한편 가포스는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온 루슬리와 베스페리 일당들을 죽이다 힘이 딸리고 결국 신사들을 위해 루슬리를 잡고 웅덩이로 빠져 부스러지고 만다.
다시 아빠를 찾으러 다니던 델핀은 늙은 여인이 사라진 것을 알고 가포스를 돕기 위해 얼음 저장고로 향하다 그들이 그곳에 있는 걸 알게 된다.
델핀이 동굴로 떨어져 총을 쏘며 그들을 위협하는 동안 프롭이 늙은 여인을 데리고 웅덩이에 뛰어들었고 이내 대장과 콕스에게 델핀은 잡히게 된다.
대장은 델핀이 마음에 든다며 자신의 하녀가 되어 불사의 존재가 되라 권하며 자신의 가면을 벗고 엘더베렌 경의 가문인 스톡햄 가와 아발로니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꽤 길고 빽빽하고 어두운 이야기다.
아마도 제목의 명예를 상징하는 벌을 나타내는 듯한 강렬한 주황색의 표지는 이야기를 함축하지는 못하지만 그 분위기 만큼은 잘 드러낸다.
<트롤 헌터>도 어두운 판타지였지만 그건 그래도 아동 청소년용이었고 이 책 <디 아너즈>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어른용이다.
더러움과 혐오의 차이랄까.
아무튼 분명히 내용은 어른용인데 델핀의 성격은 또 어른들이 보기엔 너무 성가시고 짜증난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은 골라서 하면서 화를 내면 무슨 중대한 음모가 있는 양 적반하장으로 굴고,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 하면서 마구 나대는 거며, 자기 몸도 제대로 못 지키면서 누굴 구한다고 설치는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얘는 왜 그럴까 답답해하며 읽는데 끝까지 풀리지 않아서 꼬일 대로 꼬인 채 책장을 덮게 된다.
그런가 하면 책의 내용 역시 한참을 델핀이 의심하던 그대로 쭉 진행해놓고 베스페리 대장의 가면이 벗겨지면서 뭔가 드러나나 했는데 나온 건 고작 가문의 비밀이다.
왜 늙은 여인을 보고 아이나 소녀라 칭하냐는 질문에 넌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구나 하면서도 끝까지 왜 그런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단지 딸이라서 라는 이유라면 정말 이 긴 페이지를 읽은 사람으로서 격렬히 실망할 테다.
해협의 건너편 아발로니아와 베스페리들 같은 찜찜하게 묻힌 것들이 사방에 가득한데 에필로그는 크리스마스 칠면조로 마무리를 짓는다.
그저 질문의 답만 알려주면 끝나는 소설은 아닌 것 같은데 뭐하자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번역의 문제도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남의 이름을 바꿔 부르는 정도의 오역이 분명히 존재하는 듯 하다.

‘군인이 적의 눈을 바라볼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뭘까?’
전면에 내세워진 이 질문의 답을 생각할수록 도저히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감이 안 온다.
아빠가 적은 아닐 테고 적은 정해져 있는데 거기서 그런 걸 내포하는 장면이 있었나 과연.
죽자고 아빠를 구하려 드는 열세 살 소녀 한 명이 내용의 전부 같은데 또 막상 아빠가 뭘 그렇게 잘해줬고 엄마는 뭘 그렇게 못해준 건지는 안 나온다.
그리고 주인공이 동급생을 감금하는 장면은 왜 나온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정작 겁 먹은 건 그 여파를 감당할 자신이었고, 불을 저지른 건 다른 사람인데 억울하고, 그 어떤 것도 그걸 합리화할 변명이 되지 않는데 다만 자신의 피에 물려진 광기로 그걸 설명하는 게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끝까지 내가 광인의 피를 물려 받아 미쳐서 그런가 하는 그 마지막 장면 또한 이상하게만 느껴진다.
너무 많은 내용과 말들이 불필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판타지는 결코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너무 큰 부피를 차지한다.
쓸 데 없다, 판타지인 것을 감안하고 아무리 좋게 봐도 이 이야기에 대한 감상은 그것 뿐이다.
정말 결코 나한테 필요한 책은 아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