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탱고클럽
안드레아스 이즈퀴에르도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4.2
잘 나가는 기업 컨설턴트, 잘난 외모와 재력으로 수많은 여성들과 밤을 보내는 가버 셰링의 유일한 취미는 댄스이다.
낮에는 누구보다 유능한 인재로 기업 파트너 제안을 받으며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하고, 밤에는 탱고클럽에서 춤과 여자를 만나며 자신의 팬인 펜트하우스 건너편 노부인에게 멋진 바다빙을 선보인다.
그런 그와 기업 파트너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된 피츠는 가버의 약점을 노리고 가버는 기업 오너의 부인과 바람을 피우다 교통사고를 내게 된다.
그가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사장의 귀에 들어가기 직전 가버는 뛰어난 포토샵 실력으로 피츠에게 불륜죄를 뒤집어 씌우고 피츠는 그런 가버에게 복수를 결심하며 회사를 그만둔다.
한편 고소를 하지 말아달라 부탁하는 가버에게 교통사고 피해자인 카트린은 그 대신 자신의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댄스를 가르치라 말하며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사장에게 그날 같이 있었던 여자에 대해 말하겠다 협박한다.
졸지에 가버는 카트린의 다리가 다 나을 1년 동안 IQ 85 이하의 특수학교 댄스반 선생이 되어버렸고, 그 이후 완벽했던 가버의 인생은 점점 엉키고 꼬여만 간다.

모두가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감동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쁜 어른은 개과천선하고 착한 아이들은 성공을 맛보고, 때로는 슬픔과 아픔이 적절히 끼어들며 휴머니즘 드라마를 완성시킨다.
비니, 제니퍼, 마빈, 리자, 펠릭스 다섯 명의 아이들이 가진 사연들은 좀 더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그 길을 단 1cm도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가 조금 더 빛을 내는 이유는 당연히 다섯 아이들이다.

반면 아이들을 배제하고 보면 이야기 자체의 매력은 확실히 떨어진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런 감동적인 스토리에 그리 끌리지 않는 주인공, 시트콤처럼 벌어지는 일들과 해결책 없이 저질러지는 사고들, 아이들과 만나면서 갑작스레 등장하는 주인공의 아픔, 그닥 치밀하지 않아 보이는 주인공의 성격이나 개연성 없는 직장 동료들 등등.
아이들의 사연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엉성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내용들 뿐이다.
결말은 당연히 그렇듯 해피엔딩, 그러나 시시하다.

이야기의 진행 방식은 <당신의 완벽한 1년>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 뿐 아니라 번역가의 재량인지 뭔지 몰라도 외국 소설들의 진행 방식은 늘 비슷하다.
마치 몇 페이지까지는 어떻게 쓰고 여기에 사건 사고를 집어넣고 그 다음은 어떻게 하는 작문법이 정해진 느낌.
한 치도 벗어나는 것 없이 단순하고 눈에 훤히 보이는 구성이다.
책 표지는 <사자가 있는 라이언 주점>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조금 미심쩍었지만 그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재밌는 책을 만나는 게 어렵게 느껴지니까 책에 손이 가질 않는다.
더 재밌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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