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차는 너의 목소리
아베 가즈시게 지음, 홍미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3.9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듯 사람이 붐비는 허름하고 폐허같은 공원,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한 할아버지가 있었다.
장난삼아 할아버지의 말에 귀 기울인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랜 세월이 지나도 이 이야기는 잊지 말아달라며 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오리는 19살로 작사가의 꿈을 안고 도호쿠에서 도쿄로 와 살고있다.
노래를 좋아하던 그녀는 자신이 음치인 것을 알고 작사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의 노래로 인해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걸 알게 되고 자신이 학교에서 노래를 부른 후 여학생 3명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을 겪은 후 시오리는 누군가의 앞에서 노래하지 않기로 했다.
감성적인 시오리와는 정반대로 철저히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여동생 노조미는 어린 시절부터 시오리를 괴롭혀왔다.
불쾌함을 주는 시오리의 노랫소리와는 달리 시오리의 울음소리는 너무나도 황홀하고 아름다워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노조미는 나쁜 말들을 더해 시오리를 계속 울리려 했고 그 시도는 항상 성공적이라 시오리는 늘 노조미 앞에서 울곤 했다.
시오리가 첫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것을 우연히 알게 된 노조미는 모든 걸 자신에게 털어놓으라 말하며 남자친구인 스즈키는 시오리를 돈줄로만 생각할 뿐이라며 현실적인 말을 늘어놓는다.
시오리는 그럴 리가 없다며 스즈키와 계속해서 사귀게 되고 집에서 노래를 부른 일로 노조미가 화를 내며 벌을 주겠다고 칼로 그은 일을 알게 된 스즈키가 노조미를 싫어하게 된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노조미가 낸 상처로 인해 시오리는 강간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고 친구인 히나코는 스즈키가 낸 소문이라며 스즈키를 믿지 말라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파티날 노조미를 피해 나온 시오리에게 노조미는 붙잡은 히나코를 통해 사실 히나코와 스즈키가 사귀는 관계라는 걸 알려준다.
그렇게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시오리는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몸이 아파 학교를 쉬는 고등학생 Z와 포르투칼 출신이라는 마누엘을 알게 되고 점차 그들에게 의지하며 모든 일을 털어놓게 된다.

졸업 후 도쿄로 와 전문 대학을 다니게 된 시오리는 마누엘의 초대로 그가 속해 있는 밴드 공연을 보러 가고 그 밴드와 친해지게 된다.
순진해보이는 시오리를 이용하려는 밴드 멤버들의 의견으로 시오리는 밴드 매니저가 되고, 고등학교 때 일도 있었으니 사람을 너무 쉽게 믿지 말라는 Z의 말을 무시한 시오리는 결국 그들에게 이용당해 쓰는 모든 돈을 담당하게 된다.
먼저 시오리가 계산하면 나중에 자신들이 지불하겠다는 명목으로 시오리는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그들에게 돈을 대고 그 와중에 꼬치공장을 하던 아빠의 사업이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해 파산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설상가상으로 다니던 대학마저 이사장 등 경영진의 횡령으로 문을 닫고, 막막한 그녀 앞에 마누엘이 나타나 사과를 전하며 밴드 멤버가 시오리의 신용카드로 구입한 기타를 돌려준다.
마누엘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하다 잠이 든 다음 날 시오리는 자신의 집에 못 보던 슈트케이스가 놓여 있는 걸 알게 된다.
마누엘에게 남겨진 메시지를 확인한 시오리는 그것이 슈트케이스형 핵무기이며 마누엘이 자신에게 남긴 것임을 알게 된다.

아주 얇은 책인데 의외로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시오리의 성격은 물론 핵무기를 양도받게 하려고 설정된 것이겠지만 너무 지나치게 답답해서 보고 있기가 힘들어진다.
핵무기를 갖게 된 후의 시오리의 행동 역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아서 그냥 시오리라는 인물 자체가 마지막의 감동을 위해 일부러 미움 당하게 만들어진 캐릭터인 것 같아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좋아할 수는 없지만 안쓰러운 그런 이상한 느낌.
노조미라는 캐릭터는 그런 면에서 시오리에게 고통을 주는 인물로 그려진 것인데 그런 것 치고는 중반부부터 아예 존재감이 사라진다.
물론 시오리와 노조미는 그런 이상한 관계임에도 사이가 좋다고 언급되어 있지만 그래도 피해다니고 싶을 만큼 불편함을 느끼는 존재인데 그런 인물이 사라졌음에도 시오리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약간씩 디테일이 떨어지는 건 만화 같은 설정 때문이려나.

거의 끝까지 답답하게만 흘러가는 이야기는 마지막 10장 정도만을 남겨두고서 겨우 실체화된다.
그조차 깊이 빠져들 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야기다운 결말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미한 한 명의 희생으로 구해낸 위협이라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어쩌면 너무나도 흔한 설정 자체가 진부하고, 그 진부함을 깨뜨릴 그 무엇도 이 이야기에는 빠져 있다.
알카에다, 우크라이나, 핵무기, 미스테리어스 세팅 같은 것들을 앞에 내놓은 의도가 단순히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여보려고 쓰였다는 게 참 안타깝다.
기대했는데 아주 아주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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